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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0. 2022

강명관의 『독서한담』(2016)

책에 빚진 삶

​읽은 날 : 2016.12.19(월)~2017.1.5(목) : 새해 처음 다 읽은 책. 독서 슬럼프 뛰어넘어 감사!

쓴 날 : 2017.1.7(토)

면수 : 272쪽

* 5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오래된 책과 헌책방 골목에서 찾은 심심하고 소소한 책 이야기'​

부제에 이끌려 책을 골랐습니다. 경향신문 <강명관의 심심한 책읽기>를 바지런히 읽었는데, 책으로 묶이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일단 재미있고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학생 때 드나들던 보수동 책방골목 이야기도 반갑습니다. 책벌레 이덕무는 보너니다.

가장 공감 가는 글은 <어릴 적 학교 도서관>(47~51쪽)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도서부에 지원해 책에 푹 빠졌습니다. 강선생님 이야기에서 그때의 봅니다. 대학 때 중앙도서관, 학교 옆 시립도서관, 지금 사는 곳에선 도립도서관과 교회 도서관이 의 아지트입니다. 도서관에 빚진 인생입니다.


어린 시절  방에서 이불 덮고 새벽 두세 시까지 책 보면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그렇습니다. 건조하고 따듯한 책 이야기에 를 돌아봅니다. 살짝 미소짓고 가끔 부끄럽습니다. 좀더 행복하게 읽고 쓰며 공부하렵니다. 스마트폰에 마음 빼앗기지 않게.


<마음에 남은 글>

​어릴 적에 집에 책이 없다 보니, 가장 부러운 게 책이 많은 집이었다. 27쪽 - 공감!

​(인터넷 헌책방에) 책이 있을 경우 주문을 넣고는 흡사 옛날 초등학교 시절 소풍날을 기다리는 심정이 된다. 그런 어린아이 같은 나 자신을 보고 하도 우스꽝스러워 혼자 슬며시 웃곤 한다. 41쪽

​나는 거기(도서관) 한구석에 앉아 마냥 책을 읽고 싶었다. 문자의 배열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세계에 빠져드는 그 순간 결코 행복하지 않은 나날의 고통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7쪽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온전한 나의 낙원이 펼쳐졌다. 48쪽


​고서를 정리하고 카드를 만들면서 나는 옛 전적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이 경험은 한문학 연구자가 되는 데 말할 수 없이 귀중한 밑천이 되었다. 49쪽

도서관의 그 책들로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부족한 삶이지만, 이 삶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49~50쪽

초등학교 때 그토록 앉아보고 싶었던 그 작은 도서관의 한구석에 앉아서 나는 비로소 연구를 위한, 원고를 쓰기 위한 독서가 아닌 '무책임한 독서의 자유'를 한없이 누려볼 것이다. 51쪽

이 만화(『미생』)는 암울한 시대의 정직한 풍경이다. 70쪽

어떤 경우 나는 만화에서 쉽지만 깊이 있는 지식을 얻기도 했다. 71쪽


가장 엄청난 책은 당신 자체, 혹은 나아가 인간 자체를 만드는 책이다. 그 거룩한 책의 이름은 교과서다. 82쪽

​과거 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교과서만큼 중요한 책도 없다. 85쪽

당대 사회의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철저한 자료 비판을 통해 그의 내면까지 읽어내는 그런 평전 91쪽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열정으로 넘쳤던 대학 96쪽

​글과 책은 오감을 통해 우리 몸에 천천히 스며든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나 자신이 된다. 101쪽


​남에게 책을 빌려주어 뜻하는 사업을 성장케 하는 것은 남에게 재물을 주어 그 곤궁을 구제하는 것과 같다. 128쪽, 이덕무

선비는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 131쪽

​이덕무는 치밀한 관찰에서 오는 탁월한 묘사와 섬세한 감성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산문으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박학으로도 당대에 당할 사람이 없었다. 162쪽

그(이규경)의 일상은 자료를 찾고 읽고 분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 혹은 자신에게 없는 책을 빌리러 다니는 것, 오직 그것이 그의 일상이었으리라. 164쪽 ​

예지(叡智)와 끈기와 건강이 있어야 하고, 아무리 작더라도 서재가 있어야 한다. 191쪽, 이희승


머리를 싸 동이고 몇 날 몇 달을 부비대기를 치다가, 바늘 끝만큼이라도 무슨 새로운 사실이나, 남이 지금까지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발견할 때에는, 그야말로 희희작약하여, 가슴속에서 용솟음쳐 흘러나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192쪽, 이희승

 

내 생각에 한국학 쪽에서는 영인본의 제작이 학문 발달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영인본은 극소수의 사람이 독점하고 있던 희귀한 자료를 관심 있는 학자들에게 개방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11쪽

- 조선왕조실록, 한국고전종합DB 전산화와 웹사이트 공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서고에 갇혀 있던 책들이 깔끔한 양장본의 형태로 눈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212쪽

-  자료 DB,  브런치, 블로그, 페이스북, 공부, 삶 모두 그러하를.


옛날 <대한매일신보>를 볼 때는 한 면, 한 면 넘겨가면서 읽고 자료를 찾았다. 그러는 중에 내가 찾는 자료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료를 읽을 수 있었고,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연구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검색어를 찾아서 원하는 것만을 얻는 방법은 그런 과정을 없애버린다. 편리하긴 하지만 연구자로서의 자세는 아니다. 또 검색된 자료는 많지만 그 자료가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중략) 편리한 것이지만 그 편리가 도리어 학문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213쪽

​그곳(도서관)은 서늘하고 조용했다. 공기조차 무겁게 가라앉은 그 장중한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곳에 들어서면, 들뜬 마음, 분노하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247쪽

규장각의 책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차람(借覽)할 수 있었다. 그 책(고금도서집성)을 볼 수 있는 이는 역시 규장각에 근무하는 사람일 터였다. 하지만 양​반 출신 각신(閣臣)들은 매일 규장각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 그 책을 보았는가? 책벌레 이덕무였다. 규장각의 검서관이던 그는 벼슬이 오를 일도, 다른 관청으로 옮길 일도 없었다. 오로지 규장각에서 책을 보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있다고 한 이덕무는 환호작약했고, 그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2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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