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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0. 2022

조동일의 『(제 4판)한국문학통사』 1~5(2005)

역사의 한 장을 넘기며

읽은 날

1권(원시문학~중세전기문학) : 2016.6.13(월)~6.18(토)  

2권(중세후기문학) : 2016.5.30(월)~6.11(토)

3권(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 제1기) : 2016.6.20(월)~8.3(수)

4권(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 제2기) : 2016.8.8(월)~9.5(월)

5권(근대문학 제1기) : 2016.9.13(화)~11.10(목)


쓴 날 : 2016.11.12(토)

면수 : 1권 405쪽, 2권 515쪽, 3권 626쪽, 4권 470쪽, 5권 600쪽

* 6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꽤 오래 읽었습니다. 학생 때 제 3판 1~3권을 한문학 부분만 봐서 언젠가는 다 읽고 싶었습니다. 휴직 중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마무리하고 날마다 50쪽씩 보았습니다. 셋째 출산과 산후조리가 맞물려 못 본 날도 많지만, 한두 쪽이라도 꾸준히 읽으니 어느새 5권. 셋째 재우고 마지막 장 넘기던 밤의 희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역사의 한 장을 넘어간 기분이랄까요.

​2권 먼저 보고 1권을 읽었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고려 시대, 조선 전기부터 보면 나머지는 술술 넘어가겠다 생각했습니다. 딱딱할 줄 알았는데 괜찮은 말이 종종 보 독서공책에 썼습니다. 가끔 블로그 배움일기에도 옮겼습니다. ​3판에 비해 바뀌거나 덧붙은 내용이 꽤 됩니다. 가 알고 배워야 할 게 많음을 실감합니다. 한국사 공부와 맞물리는 부분은 더 재미있게 읽습니다.

한문학 부분을 깊이 보면서 국문학과 근대문학의 흐름을 읽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머리에 길 뚫리고 불꽃 튀는 듯한 기쁨이 더 큽니다. 이 엄청난 책을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쓰고 고치느라 애쓰신 조동일 선생님께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완벽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고,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완주한 기쁨을 모든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1권 8쪽)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사람이 내는 소리 가운데 뜻을 가지고, 글로 적히고, 쾌감을 주고, 도리에 합당한 것"이 문학 1권 19쪽, 이이

​중국의 백화가 아닌 한문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해온 '공동문어'이다. (중략) 한문학은 어느 나라 사람이 창작했든 동아시아 공동문어문학이다. 1권 23쪽

근대는 역사의 종점이 아니다. 근대를 넘어선 다음 시대가 온다. 그때는 민족의 성격이 어떻게 되고, 민족끼리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예견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문학사가 적극 기여해야 한다. 민족의 갈등을 넘어서 문명권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인류가 화합하는 것이 근대를 넘어선 다음 시대에 이룩해야 할 과제이다. 1권 62~63쪽

그 세 사람(자장, 원측, 의상)은 중국에 유학해서 남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많은 것을 얻었으나, ​원효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 더욱 소중한 줄 알고 중도에서 돌아왔다. 하층과 유대를 가지고 사회적 장벽을 넘어서는 방안을 찾는 것이 원효가 택한 길이었다. 1권 188쪽


차별하는 생각 없이 누구와도 서슴없이 친할 수 있으면 믿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나 큰 힘이 생길 수 있다. 김유신이 대단하다고 한 것은 지위가 올라가도 본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1권 216~217쪽

모든 것이 혼란하기만 한 듯한 시대일수록 질서를 창조하는 역량이 요구되었다. 1권 286쪽 ​

글을 쉽게 쓰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의 어떤 국면을 관찰하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예삿말로 나타낸 듯한 작품에도 깊은 고심과 예리한 관찰력이 나타나 있다. 삶의 마땅한 자세를 찾고 어떻게 하면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고심해 그런 성과를 얻었다. 2권 30쪽

   

깨달음이란 다름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생산 활동의 터전으로 삼는 일상생활 자체라고 했다. 2권 419쪽, 김시습


자기를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추고 매사에 성실해서, 주위의 호응을 얻고, 생각 깊은 계책을 세우고, 나아가서 싸울 때에는 정확하게 파악한 적의 허점을 단호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3권 16쪽, 이순신

시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역사의 증인이 되고자 했다. 3권 31쪽, 권필 ​

(시는) 변화의 묘미가 있으면서도 힘들이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어야 하고 3권 143~144쪽, 신경준의 <시칙> 인용

이덕무(1741~1793)는 불리한 조건을 무릅쓰고 열심히 노력해 많은 저술을 남겼다. 식견이 있어도 정치에 반영할 수 없었고 산림에 은거하면서 선비로서의 도리를 차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지식과 문학의 전문 기능인으로 발탁되어 일정한 임무를 맡은 것이 다행이었다. 청나라에 다녀올 기회를 얻고, 규장각에 있는 서적을 마음껏 이용해서 저술에 활용했다. 3권 219쪽


황현(1855~1910)은 한문학의 격조를 지켜야 한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 시대의 수난과 적극적으로 대결한 시인이다. 4권 159쪽


한문이 천여 년 동안 공용의 글 노릇을 해온 것이 잘못인가? 아니다. 한문을 받아들여 공동문어로 삼은 덕분에 동아시아문명을 이룩하는 데 참여하고, 민족문화를 수준 높게 육성했다. 한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민족사가 더욱 빛나게 전개되었으리라는 상상은 전혀 부당하다. 공동문어문명권에 들어가지 않고 국가를 이룩하고 통일된 민족어를 갖춘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4권 243쪽

   

나라가 망해가는 판국에 '학도'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학생은 민족의 희망이었다. 4권 284쪽

   

시는 우주의 맑고 깨끗한 기(氣)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 기가 가득 차고 성대해지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글로 나타난다고 했다. 5권 530쪽, 박한영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사관이 있어 날마다 기록하고, 개인으로 겪는 일이라도 중대한 의미가 있으면 일기로 적어 남기는 것이 한문으로 글을 쓰게 된 이후 오래 지속된 관례였다. 5권 538쪽


저자의 정치이념을 알아보고, 독립운동의 경과를 살피기 위한 사료로서 소중하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거듭 출간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고난에 찬 생애를 술회하는 말이 절실하고 항일투쟁을 위한 각오와 투지가 대단해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중략)

개인의 이력과 민족의 역사가 맞닿아 사소한 경험이 커다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어, 소설보다 더한 구체성과 역사서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총체성을 갖추었다. 5권 543쪽, 김구, 『백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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