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11. 2022

김주현의 『최고의 서재를 찾아라』(2016)

책이 있어 행복한 곳

읽은 날 : 2016.9.24(토)~10.2(주)

쓴 날 : 2016.10.7(금)

면수 : 156쪽

* 6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 책을 삽니다. 책 고르다 신간 목록 보고 바로 샀습니다. 김주현. 까막눈이 산석의 글공부간서치 형제의 책 읽는 집으로 얻은 감동이 생생합니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책 소개글도 마음에 듭니다. 제법 오래 천천히 읽었습니다. 첫째와 하루 한 장(章)씩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정약전, 홍대용, 정조, 정약용, 박지원, 황상, 김정희, 이덕무. 여덟 분의 서재에 담긴 마음을 읽습니다. 익숙한 이야기와 새로운 만남이 반갑다. 정약전의 복성재와 홍대용의 담헌은 또다른 발견입니다. 옛사람 이야기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감각에 놀랍니다. 마음에 남는 글이 많아 독서공책에 옮기려다 워드로 정리하니 A4 용지 3장 정도 됩니다.


읽으면서 제 공부방 이름도 정합니다. 정아실(靜我室)! 고요할 정, 나 아, 방 실. 나를 고요하게 가다듬는 방, 바쁜 일상의 아지트. 도움말씀 주신 페이스북 친구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비슷한 나이에 손 많이 가는 아이들 키워서 엄마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주신 듯합니다. 딱 제 마음입니다.


<마음에 남은 글>


'그래, 그거야! 내가 흑산도로 보내진 이유를 알았다. 물고기 연구를 해야겠어.'

마음을 정하고 뜻을 세우고 보니, 바다가 한없이 정답더라고. 놀이터처럼 재미나고 말이야. 여기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배 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는데, 그냥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릴 순 없잖아. 내가 할 줄 아는 게 공부뿐이니, 배워서 남 줘야지. 동네 아이들도 좀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 19쪽, 정약전


"글을 알아야 잡은 물고기를 헐값에 팔지 않지. 기껏 칼 같은 바닷바람 맞으며 잡은 고기를 헐값에 파는지도 모르고 넘기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계속 가난하게 살지 않겠소? 글을 가르쳐야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것 아니요?" 19~20쪽, 정약전


어부들은 다 나의 선생이었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신분이 어떻든지 간에 모두 내가 따라야 하는 선생이거든. 20~21쪽, 정약전


물고기 탐구서 현산어보를 쓰면서 나는 컴컴한 유배지 골방, 내 서재에서 바다를 품었어. (4쪽, 정약전


넓고 넓은 우주 속에 나는 작고 작은 점 하나지만 우주의 중심이기도 해. 내 서재에서 나는 우주를 만나. 32쪽, 홍대용


각각의 별이 자기가 중심인 것처럼 사람도 그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중심인 거야. 누가 중심이고 누가 주변인 법은 없지. 하늘이 말해 주고 있어. 우리는 모두 반짝이는 별이라고. 34쪽, 홍대용


몸을 단정히 하고, 눈으로 책을 똑바로 바라보며, 손발도 까불까불 놀리지 말고, 정신을 모아 책에 집중하기. 이렇게 쉼 없이 해 나가면 책 읽는 맛이 날로 새로워지고 책에 담긴 뜻을 깨치게 돼. 물론 나도 처음엔 책 한 권을 읽는 게 힘들었지만, 자꾸자꾸 고비를 넘기고 읽다 보니 점점 책 읽기가 쉬워지는 거야. 39쪽, 홍대용


말을 못하니 답답하고 고생스러웠지만, 중국 여행에서 큰 공부를 했지. 배운다는 건 글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야. 그리고 수레 끄는 사람에게도, 숙소 주인에게도, 마부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 41쪽, 홍대용


내 서재에 놀러 와. 책 속의 글자들보다 더 반짝이는 별들을 보여 줄게. 45쪽, 홍대용


두려움은 가만 두면 점점 커져 나를 삼켜 버릴 듯했기에 밤이면 책을 붙들었어. 글자들이 두려운 마음을 잠잠케 하고, 마음을 위로하고, 의지를 강하게 붙들어 주었어. 세상엔 내 편이 아무도 없고 나 혼자뿐인 것 같았는데, 책 속의 백 년 전, 천 년 전 사람들이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었지. 56쪽, 정조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뜻을 모아야 하는 게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야. 60쪽, 정조


책 한 장 읽지 못할 정도로 바쁜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그저 이불 속에 드러눕고 싶지만, 하루도 책 읽기를 거르지 않으려고 애를 써. 많이 읽기보다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해. 62~63쪽, 정조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일로 비록 한가한 시간이 적기는 하겠지만, 하루 한 편의 글을 읽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63쪽, 정조


혼자 고요히 서재에 앉아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진짜 자기 힘을 키워 줘. 어린 시절 일기장을 보면 나는 늘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하다고 써 놨어. (중략) 두려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려고 조용히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 그렇게 고요한 시간이 없었다면, 그렇게 나를 키우는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내 목숨과 자리를 노리는 자들 때문에 벌벌거리면서 살고 있을 거야. 고맙게도 내 서재가 두려움에서 나를 지켜 줬어. 65쪽, 정조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에 내 영혼의 따듯한 다락방이 되어 준 서재입니다. 72쪽, 정약용


닭을 치면서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책만 읽는 것보다 더 실감 나게 공부할 수 있지요. 81쪽, 정약용


비록 주막에 사람들이 드나들어 고요히 앉아 집중하기에는 좀 소란스럽지만, 그래도 이곳이 내 서재입니다. 다 쓰러져 가는 나를 지켜 준 집, 그래서 한없이 따뜻하고 고마운 서재, 사의재입니다. 83쪽, 정약용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넋 놓고 기다리지 않게 힘을 주고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도와 준 고마운 서재, 다산초당입니다. 84~85쪽, 정약용


방을 청소하듯이 마음에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부터 먼저 치워 봐. 그러고 나면 마음이 눈이 떠지지 않겠어? 독서를 하려면 우선 그것부터 시작해야지. 100쪽, 박지원


다행히 저는 묵묵히 앉아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잘한다는 걸 발견했죠. 112쪽, 황상


"너 같은 아이라야 공부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시던, 세상에서 단 한 분뿐인 선생님 113쪽, 황상


남들 보기에 부러워할 거 하나 없어도, 내가 편안하고 마음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어요? 117쪽, 황상


다 떨어진 책과 무뚝뚝한 돌이 있는 서재가 바로 내 서재야. 124쪽, 김정희

-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를 한글로 이렇게 풀어내니 새롭습니다.


'잔서'는 남아 있는 글씨, '완석'은 고집스러운 돌이라는 뜻이지. 125쪽, 김정희


문자향이란 말 그대로 글자에서 나오는 향기를 말하고, 서권기란 책에서 나오는 기운을 이르지. 127쪽, 김정희


감동을 주려면 화려한 솜씨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힘이 필요하거든. 128쪽, 김정희


종이가 의미를 가지려면 붓을 만나야 해. 붓이 종이 위를 스르륵 지나갈 때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지. 130쪽, 김정희


책상 위에 문방사우를 가지런히 놓아만 두어도 마음이 단정히 정리되는 것 같지. 132쪽, 김정희


김정희는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말했어요. 137쪽


간서치는 책을 너무 좋아하는 나를 뜻하지만, 청장은 내가 살아가고 싶은 자세를 담고 있어 좋아요. 142쪽, 이덕무


그래도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창호지를 바른 문틈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방 안에는 책 향기가 가득하죠.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가끔 멋진 글을 읽을 때면 소리 내어 낭송을 합니다. 그러면 책 읽는 소리가 방 안에 댕글댕글 울려 퍼지죠. 143쪽, 이덕무


(이덕무는) 가난한 환경 탓에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학문을 파고드는 끈기가 있고, 글짓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어요. 150쪽

매거진의 이전글 전호근의 『한국 철학사』(20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