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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1. 2022

사마천/전호근의 『열네 살에 읽는 사기열전』

역사에 담긴 빛

읽은 날 : 2016.2.21()~2.27()  

쓴 날 : 2016.3.4

면수 : 240쪽

* 6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한국철학사공자 지하철을 타다 덕분에 만난 책입니다. 3년 전 사기 열전 완역본 읽다 다른 일이 겹치면서 접었는데, 이 책 읽고 메모하면서 완역본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열일곱 살, 열네 살 두 자녀에게 옛이야기 들려주듯 쉽고 자연스러운 번역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매우 인상깊게 읽습니다.


책 속의 '아빠'처럼 아이들에게 제가 꿈꾸는 삶과 가치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말하려면 먼저 삶으로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과 다정하고 믿음직한 관계를 맺어야겠지요? 공책에 메모한 글이 꽤 많아 색펜으로 쓴 것만 옮깁니다.


<마음에 남은 글>


어느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다. 아마도 사람의 일생이란 게 크게 보면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의 줄거리처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역사란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얽히고 저렇게 얽혀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커다란 역사를 어떻게 엮어 가는지, 할머니와 사마천은 똑같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9쪽


사기를 읽다 보면 지배자나 위대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하층민이나 하찮은 사람들까지도 약동하며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역사는 군주나 뛰어난 장수 혹은 권력자 같은 주역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 뒤편의 조연이나 힘없고 천한 자가 같이 어울려 형성하는 것이다. 10쪽


나는 사마천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역사’가 참으로 재미있어서 이 책을 선뜻 쓰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 눈을 뜨고 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된 손자의 마음도 담고 싶었다. 10~11쪽


아이들과 나눈 대화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것만큼이나 나에게 귀한 경험이었다. 할머니가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고 싶었지만 깜깜할 때도 많았다. 덕분에 사람 마음에 이야기를 들여놓는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참맛을 느낀다면 기쁘겠다. 할머니 또한 무척이나 기뻐하실 것이다. 11쪽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를 비춰 주고, 같은 종류의 사물은 서로를 찾기 마련이다. 22쪽


백이와 숙제는 비록 어진 사람이었지만 공자가 알아 주었기에 이름이 더욱 밝게 드러났고, 안연이 배움을 성실히 했지만 공자라는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있었기에 행실이 더욱 빛났다. 22쪽


올바른 일을 해야 하는 까닭은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야. 25쪽

-> 이 구절 읽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이 말을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거라고 할 수 있지. 35쪽


자기만 빛나려고 경쟁하는 세상에서, 남을 빛내 주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존재가 아닐까? 35쪽


좋은 일을 한 학생을 칭찬하면, 다른 학생들도 본받을 가능성이 많을 테니까. 44쪽


안연의 경우를 보면 참된 행복은 오히려 그런(물질적인) 조건을 넘어서는 게 아닌가 싶어. 절망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그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니까. 54쪽


법은 약한 자를 보호할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니까. 64쪽


장 보러 가는 사람들이 아침에는 서둘러 시장으로 들어가지만, 해가 떨어진 뒤에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바라던 물건이 아침에는 있고, 저녁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71쪽, 풍환


맹상군의 뛰어난 점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을 받아들인 것이야. 특히 하찮은 재주를 지닌 사람들까지 모두 똑같이 빈객으로 대우한 것은 오늘날에도 본받을 만하지. 72쪽


훌륭한 지도자는 자기 그릇을 잘 닦고 키워야 해. 또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꼭 맞는 자리에 배치할 줄 아는 안목도 지녀야 한단다. 73쪽


참다운 용기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자신을 낮추는 것이지. 82쪽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의미 있고 아름다울 거야. 나 자신을 갈고닦는 사람에겐 그런 친구가 생길 거야.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 아빠는 아직까지도 그걸 인생의 숙제로 삼고 있단다. 83쪽


역사를 돌아보면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 정당한지를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단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인데, 그 선택이 무엇을 위한 건지, 그걸 이루려면 어떤 방법이 옳은지, 늘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단다. 사마천은 수많은 역사의 예를 통해서 우리가 더 지혜롭게 판단하고 제대로 선택하기를 바란 게 아닐까? 110쪽


태산은 한 덩어리의 흙도 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높을 수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깊을 수 있으며, 임금은 한 명의 백성도 물리치지 않기 때문에 그 덕을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114쪽, 이사


젊은 날의 깨달음은 한 사람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단다. 118쪽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신을 도와준 아낙네야말로 숨어 있는 역사의 주인공이라 해야겠지. 128쪽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의 뛰어난 자질을 미리 알아보고 진실하게 대하는 이들이야말로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새길 줄 아는 사람들이지. 137쪽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고도 그의 나쁜 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나라를 떠난 뒤에도 임금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 143쪽


드물긴 해도 그런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두고두고 사람에게 존경을 받지. 146쪽


훌륭한 사람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 음, 그건 아빠에게도 어려운 질문인걸. 하지만 그런 훌륭한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165쪽


곤궁할 때 자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고, 부귀해졌을 때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172쪽, 난포


그러고는 일찍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에게 두터이 보답하였다. 172쪽


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존경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이야기는 오래도록 감동을 주는구나. 174쪽


'사직을 지키는 신하'는 본래 맹자가 한 말인데, '사직'이란 토지신과 곡물신에게 제사 지내는 신성한 곳이야. 물론 나라가 망하면 사직도 함께 허물어지게 되지. 그래서 사직을 지키는 신하라고 하면, 나라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신하를 뜻해. 심지어 임금이 좋아하지 않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나라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런 정책을 시행하려는 게 사직을 지키는 신하의 도리지. 181~182쪽


인재를 미리 알아보고, 그들이 훌륭한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194쪽


사마천은 정말 대단해요. 흉노족의 풍습을 그르다 비판하지 않고 그들의 일상과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히 기록하고 있잖아요. 203쪽


그들(흉노족)의 문화를 적대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기록한 점이야말로 그(사마천)가 위대한 역사가라는 것을 말해 준단다. 203쪽


법이 공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먼저 법을 지키려고 애쓸 때 사람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거야. 221쪽


자신을 수양하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소. 227쪽, 동방삭


인간의 역사에서 시대를 넘어 영원히 빛나는 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훌륭한 인격일 거야. (중략) 훌륭한 인격은 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법이니까. 230쪽


보통 사람들은 상대의 재산이 열 배가 되면 업신여기고, 백 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를 위해 일하고, 만 배가 되면 기꺼이 그의 하인이 된다. 236~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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