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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1. 2022

김주현의 『간서치 형제의 책 읽는 집』(2014)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이기를

읽은 날 : 2014.7.27(주)

쓴 날 : 2014.7.28(월)

면수 : 72쪽

* 8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온 가족이 일찍 잠들어 모처럼 여유롭게 책을 읽습니다. 늘 고마운 이덕무를 초등학생 눈높이로 따뜻하게 풀어내신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한 달 전쯤 까막눈이 산석의 글공부 읽다 펑펑 울었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특히 한문선생님들께 강력추천!


"어린 아우와 그대로 지낸 지 석 달이나 되었는데도 글 읽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목구심서 1권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1765년 이덕무가 25살, 이공무가 9살 때 작은 초가에서 책을 읽으며 겨울을 지낸 '이야기'에 이덕무의 독서론과 인생관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책은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오갑니다. 겨우내 추운 방에서 옛글을 읽는 형제, 서얼이나 글재주가 뛰어난 형을 비웃는 도령들, 화내는 동생을 위해 맹자 팔아 따뜻한 밥을 차린 형...... 바보처럼 책만 읽던 형은 책 만드는 검서관이 되고, 동생도 훗날 형의 뒤를 따릅니다.


책 속의 이덕무는 따뜻하고 너그럽습니다. 많이 알되 겸손하고, 어린 동생을 다독일 줄 압니다. 구약성경 중 <욥기> 읽면서 '왜 이걸 봐야 하지?' 의문이 많았는데, 어제 오전예배 시간에 불현듯 깨닫습니다. '지식에 겸손과 배려를 더하라!' 갑자기 자녀와 재산을 잃은 욥에게 친구들은 하나님께 잘못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말은 옳고, 멋진 표현이 많습니다. 그러나 옳은 말도 친구를 괴롭히면 헛됩니다.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고린도전서 8:1하)를 기억하며, "자기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는"(이사야 53:11중)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비단으로 싼 책들을 화려한 책장에 빽빽하게 꽂아 놓고 한 글자도 읽지 않는 겉치레뿐인 도령들'(39쪽)을 보면서 책읽기에 게을러진 를 부끄러워합니다. 초등학교 때 동생 친구 집에 책이 많아 곧잘 빌려 읽고 자라서는 도서관 책을 애용했는데, 지금은 집에 책이 제법 많은데도 예전보다 덜 읽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영향이 크지만 어린 날의 열정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겠습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도서관에서 통감절요 공부하면서 한시 미학 산책토지 16권을 가열차게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이번 방학에 그 즐거움을 다시 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평생.


* 간서치(看書癡) : 책만 보는 바보. 지나치게 책만 읽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이덕무의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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