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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1. 2022

이덕무/이화형의 『청장,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

그를 닮고 싶은 마음

읽은 날 : 2009.10.3(토)~2014.7.12(토)

쓴 날 : 2014.7.12(토)

면수 : 387쪽

* 8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꽤 오래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이목구심서의 완역본으로 이덕무가 26살 때 귀와 눈, 입과 마음이 가는 대로 쓴 수필집입니다. 이덕무 관련 책을 여럿 보았지만 발췌문이 아닌 책 하나를 오롯이 읽긴 오랜만입니다. 그만큼 이덕무의 맨얼굴을 낱낱이 보고, '이 사람은 왜 이런 것까지 썼을까' 생각하면서 있는 모습 그대로의 그를 만났습니다.


는 왜 이덕무를 좋아할까요. 한문수필론 강의와 학과 선배 언니 논문을 통해 그의 선비다움과 눈물빛 순수함에 반했습니다. 존경하는 은사님과 닮은 면이 많아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에 대한 관심은 학부와 대학원 졸업논문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이덕무 관련 책과 자료가 나오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이덕무 평전이 나오기를 기대합다.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책만 보는 바보 덕분에 이덕무가 널리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책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청장,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를 번역하신 이화형 선생님께도 그는 한없이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책 뒷표지 읽고 '딱 내 마음이다!' 싶어 전율했습니다.


"21세기라는 문명시대에 살면서 굳이 조선시대의 한 실학자인 이덕무에게 연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한 경박한 세상의 격랑 속에서 붙잡고 가야 할 하나의 지침으로 그는 늘 내 곁에 서 있다. (중략) 한없이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그는 소나무에게 길을 묻고 나는 그에게 다시 길을 묻는다. 우리는 이렇게 『이목구심서 속에서 200여 년을 가로질러 만난다."


쉬운 책은 아닙니다. 일화 중심의 '이목구심서 1'은 그런대로 잘 넘어가는데 2, 3, 4권으로 갈수록 어렵습니다. 의학 지식을 정리한 5권은 숨이 턱턱 막히고 6권은 그나마 낫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왜 다른 번역자들이 완역 대신 발췌 번역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알 듯합니다. 하지만, 다 읽으면 향 좋은 나물을 한가득 먹은 것처럼 마음이 맑아집니다. 그의 향기가 책 속에서 은은히 배어나옵니다.


가끔은 너무 딱딱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싶어도 이덕무는 여전히 저의 역할모델입니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게 좋고, 무엇보다도 글과 삶이 같아서입니다. 저도 그를 닮고 싶습니다.


* 책 제목 중 '청장(靑莊)'은 이덕무의 호인 청장관(靑莊館)의 줄임말입니다. 청장은 해오라기의 별명입니다. 이 새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데, 먹이를 뒤쫓지 않고 제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만 쪼아 먹어 신천옹(信天翁 : 하늘을 믿는 늙은이)이라고도 합니다. 이덕무가 '청장'을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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