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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1. 2022

안소영의 『책만 보는 바보』(2005)

다시 그를 만나며

읽은 날 : 2010.7.9(금)~7.12(월)

- 2009년에 처음 읽고, 올해 대학원 논문 준비하면서 다시 읽었습니다.

쓴 날 : 2010.11.30(화)

면수 : 288쪽

* 12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이덕무! 13년 전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학과 선배 언니의 대학원 논문 청장관 이덕무의 척독 연구』 읽다 이덕무의 척독(尺牘 : 짧은 편지글) 속에 담긴 선비다움과 섬세함, 맑고 깨끗한 삶에 반해 그때부터 그의 눈물빛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학부, 대학원 논문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그에 대한 책과 자료들을 읽으면 마음 한켠이 설레고 따뜻해집니다. 그에게서 존경하는 은사님의 순수함과 열정을 읽었기에 더더욱 그러니다.


책만 보는 바보』는 지금까지 본 이덕무 관련 책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책에 미친 바보』 같은 책이 이덕무가 쓴 글을 번역하고 해설하여 그의 깊은 내공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책만 보는 바보작가님 표현처럼 '사실로 문살을 짠 다음 상상으로 만들어진 은은한 창호지를 그 위에 덧붙여 문을 낸'(7쪽) 책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덕무뿐만 아니라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홍대용, 박지원, 정조 등등 그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역사 저편에서 걸어나와  곁에서 이야기하는 듯다. 많은 것을 지 못했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던 그들에게서 이덕무의 또다른 면을 봅니다. 단 것을 좋아하고 밀랍으로 윤회매를 만들며 친구들 앞에서는 말이 많아지는 섬세하고 내향적인 선비. 1인칭의 편안한 문체로 옛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어낸 작가님의 깊고 따뜻한 시선에 고마웠습니다.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 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로 통했던 은사님을 뵈면서 "눈물 나도록 순수하게 살자"는 좌우명을 정했고, 이덕무를 만나고서는 그처럼 부지런히 책을 읽으며 성실하고 가열차게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어느새 나이를 먹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책만 보는 바보』 읽 다시 그를 만납니다. 『논어』 첫 장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


이덕무는 왜 서얼과 가난이라는 그늘 속에서도 평생 책 2만여 권을 읽고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사소절(士小節) 등등 많은 글을 썼을까요. 신분 때문에 쓰임받지 못할 공부라는 걸 알면서도 책과 글로 우직하게 자신을 가다듬던 그를 사람들은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고 놀다. 그러나 '책만 보는 바보'의 삶이 그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세상에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고 영향을 받습니다. 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책만 보는 이덕무가 200여 년의 세월을 건너와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세상을 알아가며 무뎌진 감성과 빛바랜 첫마음, 바쁘다는 핑계로 아쉬운 책읽기...... 휴직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나에게 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던 저를 돌아봅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책과 함께 어린 날로 돌아가 푸르른 꿈을 되새깁니다. '더 힘내자. 많이 웃고 사랑하고 성실하자. 컴퓨터는 줄이고 책은 좀더 많이 읽자. 무엇보다도 불평하기보다 감사하자.' 책 속에선 유득공이 했던 말이지만 이덕무의 마음이기도 했을 이 말을 가슴에 담고. "나도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무언가를 붙들고 싶습니다. 내가 끝까지 부여잡은 그것이, 후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탄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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