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배우는 이유

by 스마일한문샘

2학년 한시 감상문 쓰기 수행평가가 끝났습니다.

"샘 수업해요?"

"네^^"

"놀아요~"

"4월 25일에 시험이라 수업 빠집니다. 간단히 해요."

"......"

"요즘 국어 시간에 시 배우죠. 한문 시간엔 한시 배우고. 심지어 2학기엔 명시 암송 행사까지 있지요. 우리는 왜 시를 배울까요?"

"잘 모르겠어요."

기자재 담당 학생에게 노트북 - TV 연결 부탁하고 NCT DREAM의 <고래> 공연 영상을 같이 봅니다. 학생들이 영상 보는 동안 저는 "넌 아득한 나의 바다", "넌 나를 숨쉴 수 있게 하는 존재"를 칠판에 씁니다.

""넌 아득한 나의 바다"는 직유법? 은유법?"

"은유법이요~"

"고래는 나, 바다는 너. 고래는 물 밖에서 숨쉬기 어려워요. 넌 내게 바다, 험한 세상에서 숨쉴 수 있게 하는 존재."

아이들 눈빛이 흔들립니다.


""난 널 사랑해. 너밖에 없어"와 "넌 아득한 나의 바다" 중 어느 표현이 더 마음에 들어요?"

"아득한 바다요."

"저는 이 노래 들으면서 작사한 분이 시를 잘 아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다듬어서 쓰면 더 멋있고 있어 보이게 들려요. 시를 배우고 외우면 시인이 다듬은 말이 우리 안에 조금씩 잦아들어요. 그러면서 더 고운 말을 쓰게 되고, 시인에게서 창의적인 생각도 배울 수 있어요."

어떤 반이었을까요. "오글거려요. 샘."

"인생에는 어느 정도 오글거림이 필요해요. 오늘 급식 설렁탕에 소금 없이 고기와 소면만 있다면 맛이 있을까요? 소금이 조금 들어가야 더 맛있죠. 사람은 밥만으로는 살 수 없어요. 가끔 간식도 먹어야지요. 여러분에게 시가 간식 같은 무엇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중2 때 배운 "송하문동자(松下問童子)"*를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지금 배우는 시가 어떠할까요. 물처럼 담담하고 오랜 말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한 기억이기를 바랍니다.

* 송하문동자(松下問童子) :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란 뜻으로, 중국 당나라 가도(賈島)의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첫 구절입니다.


그날 하늘이 바다처럼 일렁였습니다. (2023.4.11)

* 수업 때 보여 준 영상입니다.

https://youtu.be/uCFtLfpQw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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