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교시 한문 동아리. 인사하고 학생들이 방탄소년단의 <대답 : Love Myself> 뮤직비디오 보는 동안 학습지 1쪽을 나누어 줍니다. 지난 시간에 기운없어 보이던 아이 눈이 반짝입니다.
"오늘은 한자/한자어가 35개입니다. 좀 많으니 한자는 많이 나오는 것 중심으로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여러분 생각에 어떤 말이 한자 같아요?"
"솔직" "정답!"
"심장" "맞아요."
"해묵은" "그건 우리말."
10분 예상했는데 5분만에 29개 찾아 놀랐습니다. 찾기 어려워하는 겁(怯)은 초성 힌트를 주었습니다.
학습지 2~3쪽으로 한자 정답 공개하고 4쪽 주면서 다음 단계.
"가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거나 공감하는 부분에 밑줄 긋고, 여러분이 힘들 때 위로가 되었던 말이 있다면 생각나는 대로 써 보세요."
차분해진 학생들에게 지식채널e <너의 사춘기에게> 영상 중반쯤 잠시 정지하고 묻습니다.
"여러분의 친구가 정말 힘든 일을 말하거나 문자 보낸다면 어떻게 답문 보내시겠어요? 그 친구를 어떤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을까요?"
학습지에 쓰는 손이 바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진지하던 교실!
TV 화면에 글을 띄우고 학생 셋이 돌아가며 읽게 합니다.
"상처는 쓰라렸지만 상처를 이겨 내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어쨌든 당신은 그것을 이겨 냈다. 흉터가 바로 그 증거이다. 흉터야말로 당신이 그만큼 용감했고, 강인했음을 말해 주는 삶의 훈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큰 상처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남은 당신 자신을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다."(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64쪽)
칠판에 '인생을 해석하는 관점', '상처입은 치유자'를 쓰고 덧붙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돌아보면 좋은 순간도 있었고 힘든 시간도 있었을 거예요. 많이 아팠거나, 가족 중 어떤 사람과 안 맞거나, 친구가 없었던 시간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그 순간을 잘 버티고 지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와요. 먼저 살아 보니 그렇더라고요."
"저는 한때 집단따돌림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히 따돌리는 일을 겪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친구가 없어 혼자 다니는 아이 보면 눈빛만 봐도 감이 와요. 섣불리 말하기보다 그 아이 마음 읽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요."
열네 살 아이들 눈빛이 또롱합니다.
"여러분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면 같은 어려움 겪는 사람을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어요."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꽤 많은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꾸러기들이 장난 한 번 안 치고 집중한 날, 학습지 4쪽 걷어 이름 안 밝히고 읽어 주다 "마라탕 먹으러 가자"에 같이 웃습니다.
흐린 뒤 맑음! (2023.4.26)
* 수업 때 쓴 영상입니다.
<대답 : Love Myself> (방탄소년단)
EBS 지식채널e <같이 걸을까> 3부 '너의 사춘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