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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Aug 10. 2023

김연수의 『초등 한자 읽기의 힘』(2023)

배움, 돌아봄, 묵직한 책임

읽은 날 : 2023.8.6(주)~8.9(수)

면수 : 276쪽


나흘만에 다 읽었습니다. 현직 한문선생님이 쓰신 한자교육 책이라 출간 소식 듣고부터 궁금했습니다. 오래 남은 글, 생각이 밀려오는 부분은 독서공책에 정리했습니다.


#1 한문교사로서 배울 점


한문선생님이 쓰신 책은 꼭 찾아봅니다.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같은 표현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깊이에 젖어들기 때문입니다. 김연수 선생님 책 읽다 찾아온 생각은 '아, 이 선생님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듯 조근조근 생생하게 수업하시겠구나!' "고전은 아이에게 이전에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식과 같아요."(195쪽)처럼 오감으로 쏘옥 들어오는 표현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어려운 한자와 옛글을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담아내는 다정함, 명료하면서도 읽는 이를 배려하는 글쓰기를 배웁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 해 가르치니 좋은 점도 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이 종종 두렵기도 합니다. 1학기 수업 만족도 조사에 학생들이 나누어 준 생각과 이번 책에서 배운 부분을 적절하게 아울러 정갈하고 맛깔스런 밥상 차리듯 2학기를 준비하겠습니다.


#2 나를 돌아보다


"한자를 공부하면 자꾸 한자로 적힌 글들이 읽고 싶어집니다. (중략) 동양 고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어렵겠지만 한자를 공부한 아이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입니다."(186쪽) 초등학생 때 집에 어린이 책이 적어 한국교육출판공사 사서오경 전집, 특히 『논어』와 『춘추』를 종종 읽었습니다. 뜻 모르고 눈에 익힌 옛날 이야기는 어린 날 작은 자신감이 되었고, 훗날 한문 공부하고 가르칠 때 소중한 밑바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선생님이 초등학생 시절 '노란 책' 『명심보감』 공부하고 한자 현판 읽으며 꾸준함을 쌓아간 이야기(183~186쪽)에 저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학생 때 '한문 키즈(kids)'였던 경험이 저를 만들어가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되었습니다. 행간 곳곳에 묻어나는 성실함과 뿌듯함을 배우면서 바쁜 일상에 무뎌진 열정을 찾아갑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공부하며 이루는 사람, 삶의 기쁨을 일깨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3 공교육 교사의 책임


저는 5차 교육과정 세대입니다. 중 · 고등학교 6년간 1주일에 1시간씩 한문을 배웠고, 다른 학교도 대부분 그랬습니다. 6차 교육과정기에 교생실습할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있던 한문시간이 7차, 2007 개정, 2009 개정 교육과정 지나면서 점점 줄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시행하는 지금은 한문수업 없는 학교가 적지 않습니다. 문해력과 어휘력 문제가 맞물리면서 사교육 시장에선 한자 관련 수요가 밀려오지만 공교육에서는 한문교육이 설 자리가 흔들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습지, 학원 같은 의도적인 부모의 관심과 개입'(243쪽)에 따라 아이들의 소양이 달라진다면 공교육 교사는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한자 · 한문교육은 일부 학교나 선생님, 부모님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보편적인 공부여야 합니다(243쪽 참고). 모든 아이, 특히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 한자 · 한문을 배우고 이해하며 활용할 수 있게 가르치는 일, 공교육을 담당하는 한문교사의 책임과 사명을 더 묵직하게 새깁니다.


<마음에 남은 글>


한자를 하나의 과목으로만 생각한다면 입시에 큰 도움이 되는 과목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중 · 고등학교에 진학할수록 한자는 하나의 과목이 아니라 학습의 전 영역에 걸쳐 녹아드는 공부의 기본기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9쪽


아이들은 글자보다 말을 먼저 배웁니다. 실물 그림을 보면서 딸기, 바나나, 책상, 의자와 같은 단어들을 배우고 입 밖으로 소리를 냅니다. 한자는 일종의 '보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물 그림과 한자를 함께 제시하고 한자의 뜻, 음을 알려주면 듣기와 보기를 같이 하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23쪽


초등 한자 공부에 대한 목표는 2가지입니다. 높은 어휘력을 가지고 교과서를 잘 이해하고 학습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기 위함이며, 나아가 고전을 읽을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28쪽


건강한 가치관이 형성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생각, 즉 관점이 생깁니다. 옳은 것, 바람직한 것,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죠.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통찰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자신만의 생각이 바르게 정립된 아이는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꾸려갑니다. 157쪽


아이들도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만나면 생각과 행동이 변합니다. 그것이 바로 구절의 힘이죠. 158쪽

-> 좋은 말을 잘 찾아 정리하겠습니다. 읽고 쓰며 공부하는 일을 사랑하는 저의 장점을 살리겠습니다. 꿈을 심어주는 사람, 배울 게 많은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이들은 수백 년 전의 옛글들을 읽었지만, 지금의 나와 세상과 연결해보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나갑니다. 181쪽


동양 고전의 묘미는 그저 해석을 읽어보고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연결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는 데 있습니다. 196~197쪽


한자 공부는 고전 속 구절들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고전 돋보기' 역할을 합니다.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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