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불러온 기억

by 스마일한문샘

가끔은 블로그가 친절하게 오랜 날을 알려줍니다. '4년 전 오늘'이 불러온 글 덕분에 30년 전 수첩을 찾아보았습니다. 잘 적어놓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해 10월 13일 소소한 풍경.


"우리 반 담임샘 누가 오실까?"

"일본어 샘이 부담임이잖아."

"에이~ 설마!"

영어 담당 담임선생님이 뉴질랜드로 이민 가신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술렁거렸습니다. 이별의 아쉬움, 담임선생님이 바뀐다는 두려움...... 그렇게 10월 12일을 보내고 13일 아침.


"드르륵"

교실 문 여는 소리에 모두 '!!!'

"ㅇㅇㅇ 선생님 대신 오늘부터 낭반을 맡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가시고 "누구는 좋겠다!"

그날 수업 어떻게 들었을까요.

저녁 햇살 받으며 학교 옥상에서 무용 시험 연습할 때 반 친구들이 "선생님~ 여기 ㅇㅇ이 있어요!"


그랬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한문선생님이 우리 반에 오셨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선 뜻밖의 중간 담임이고 우리 반이 쉽지 않아 몇 달 내내 힘드셨겠지만, 저에게 그 5개월은 가장 들뜨고 행복했던 나날 중 하나였습니다. 4년 전 한참 바쁠 때 수첩 읽다 블로그에 이웃공개로 그때 그 이틀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 글을 다시 보았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부담임반 조례, 종례를 합니다. 오랜 기억이 오늘을 더 밝고 따스하게 열어가는 힘이 됩니다. 저는 아직도 그날 옥상에서 인사하던 아이들 올려다보며 웃으시던 선생님 얼굴과 오후 햇살을 기억합니다. 열일곱에서 열여덟으로 넘어갈 즈음 일렁이던 설렘과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하루도.

30년 전 수첩, 올해 수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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