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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an 10. 2024

박수밀의『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2023)

결이 맞는 글의 축복

읽은 날 : 2023.12.27(수)~12.31(주)

면수 : 242쪽


결이 맞는 글이 있습니다. 바쁜 학년말 찾아와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출퇴근길, 자투리 시간에 아껴 읽으니 한 해가 갔습니다. 숨 고르듯 읽으며 마음에 남은 글은 공책에 옮기면서 '자신을 다독여 주는, 한 발 나아갈 힘을 내게 하는, 마음에 새긴 문장'(4쪽)을 찾아가는 기쁨이 쏠쏠했습니다. 옛글과 오늘이 맞닿는 순간을 사랑하는 만큼 글을 옮겨 쓰고 마음에 새기는 손길도 빨랐습니다.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는 옛사람의 삶을 아우르는 한 문장과 그들의 발자취를 담은 책입니다. 박제가부터 최충성까지 6장 54편 242쪽에 담긴 이야기는 시대만 다를 뿐 오늘 이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별히 이번 책에서는 '작지만 또렷했던 여성들의 목소리'(6쪽)에 귀를 기울인 부분이 새롭습니다. "강정일당과 김금원을 통해 사회적 규범을 과감히 깨뜨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7쪽)


'책 제목이 왜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일까?' 궁금했던 마음은 머리말에서 풀렸습니다. "나무는 오래 자라면 반드시 바위 골짜기에 우뚝 서고 물은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고 했다. 사람의 배움도 이와 같아서 오래 힘쓰며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성취에 이른다."(9쪽) 학년말 수업이며 여러 업무가 잘 안 될 때 반짝이는 물결 같은 글을 품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곧게 세우고 밀려오는 일을 하나하나 풀어낼 힘을 얻었습니다.


책 속에 나온 사람들은 유명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작은 뭇별이 모여 함께 빛을 낼 때 밤하늘이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듯'(126쪽)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반짝일 때 세상은 더 아름답게 물결치고 빛납니다. 방학하고 처음부터 찬찬히 읽으면서 더 크게 다가온 글을 옮깁니다. "신무는 자신이 심은 나무가 열매 맺는 것을 보지 못할지라도 개의치 않았다. 과일이 없는 마을에 과일나무를 많이 심어 마을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그뿐이었다."(125쪽)


<마음에 남은 글>


옛사람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나를 세우는 문장을 붙들고 삶을 환하게 밝혀 나갔듯이, 독자들도 책 속에 담긴 좋은 구절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삶을 단단히 이겨낼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8쪽


나무는 오래 자라면 반드시 바위 골짜기에 우뚝 서고 물은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고 했다. 사람의 배움도 이와 같아서 오래 힘쓰며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성취에 이른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바다에 이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희망의 언어로 책의 제목을 정했다. 9쪽

- 앞의 두 문장은 하륜의 <명자설(名子說)>에서 인용한 것입니다.(210~211쪽 참고)


남편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옆에서 글자의 음과 뜻을 물었고 한 번 배운 것은 암송하여 잊지 않았다. 바느질을 하거나 식사를 준비하다가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으며, 밤에 일을 마치고 나면 시간을 아껴 가며 글을 읽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 대해 '부엌 안에 책상이 있었고 밥상 위에 경전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23쪽

- 강정일당에 대한 설명입니다.  


순간의 시간을 가벼이 보내지 말자. 지금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 45쪽


지금 내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글은 모두 어릴 적 읽은 데서 나왔다. 47쪽, 정조

- '어릴 적' 세 글자가 볼 때마다 따뜻합니다.


독서의 진정한 힘은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있다. 52쪽


내 재능이, 내 꿈이 좋은 그릇이 되도록 갈고닦을 뿐이다. 78쪽  


성호 이익도 신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독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 즉 옥루에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이 많고 넓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속마음이 어떤지는 나만이 아는 것이라 했다. 96쪽

- 옥루(屋漏)는 방의 서북쪽에 있는 모퉁이, 고대에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 집 안에서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공간입니다.(96쪽 참고)


붙잡을 수 있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라. 그러면 과거는 의미로 가득한 날이 되고 미래의 꿈은 현재가 될 것이다. 145쪽


성취한 사람들의 뒤편에는 한 발 한 발 단계를 밟으며 올라간 땀의 과정이 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멀리 나아가 있을 것이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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