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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an 21. 2024

박희병의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3』(2023)

인간의 문학사

읽은 날 / 면수  

1권 : 2023.11.11(토)~12.10(주) / 409쪽

2권 : 2023.12.10(주)~2024.1.8(월) / 515쪽

3권 : 2024.1.8(월)~1.20(토) / 498쪽


'밤 11:37' 언제부턴가 책을 다 읽으면 독서공책에 그 시간을 씁니다. 홍대용의 의산문답』부터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까지 기나긴 시간을 아우르는 흐름은 '인간의 문학사'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문학사는 자료의 문학사나 사실의 문학사나 지식의 문학사가 아니라, '인간'의 문학사입니다. 즉 인간이 빚어내는 이런저런 풍경의 양상과 의미를 조망하는 문학사죠."(458쪽)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3』은 1, 2권보다 술술 읽힙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김려와 임윤지당처럼 낯선 사람들을 새로이 알아가는 기쁨, 이미 아는 작가들에게서 행간에 숨은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깊은 글이 마음을 두드리고 생각이 생각을 부릅니다. 어떤 글은 공책에 옮기고, 긴 글은 다시 읽고 갈무리하기 위해 북 인덱스를 붙니다.


3권에서 가장 깊이 새긴 부분은 문학사를 읽는 마음입니다. "시대의 맥락 속에 있는 글쓰기나 텍스트가 얼마나 자기 시대의 최전선에 다가가 있는가, 작자는 얼마나 안간힘을 써서 자기 시대의 경계를 넘고자 했는가, 이런 걸 읽어 내고 묻는 것이 문학사의 핵심적 과업이 아닌가 합니다."(493쪽) 그 마음의 원동력은 공부에 대한 초심입니다. "만일 여러분도 공부를 한다고 하면 자기만의 내면의 원동력이 있어서 공부를 하리라 봅니다. 출발점의 그 초심을 잘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해요."(496쪽)


71일 동안 아껴 읽은 책은 코로나19 시기의 비대면 강의를 다듬어서 정리한 작품입니다. 낯선 길을 가르침과 배움의 열정으로 채워 주신 분들 덕분에 고마운 글, 시대를 밝히는 글을 읽습니다. "선구적인 것은 외로운 것이며 일반적인 것과 동떨어져 있는 어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 여느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큰 덕이 되고 보탬이 되죠."(457쪽)


<마음에 남은 글>


박지원에게 가장 생동하는 언어, 가장 풍부하고 진실한 언어는 다름 아닌 사물 그 자체입니다. 69쪽


한국고전문학사에는 작품의 당대적 영향력과 상관없이 그 진실 추구의 진정성과 치열함 때문에 높이 평가되는 작품들이 허다합니다. 195쪽


'선취'는 '앞서 취하다'라는 뜻입니다. (중략) 문학은 종종 다가올 시대를 선취하곤 합니다. 356쪽


말하자면 김려는 부령에 와서 삶의 다른 접촉면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척박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의연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북방 민중에게 깊은 애정을 느낍니다. 367쪽


『태교신기』는 실용서라는 점에서, 또 저자의 체험이 반영된 저술이라는 점에서 『규합총서』와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남성의 글쓰기, 남성의 학문과는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여성적 글쓰기와 학문을 개척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 주체의 새로운 면모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임윤지당이 남성 고유의 학문 영역, 남성 고유의 글쓰기에 도전해 남성의 아성을 깨뜨림으로써 남성과 대등한 여성의 지적 능력과 사유력을 보여 주었고 이를 통해 여성 주체의 지평을 확장했다면, 이빙허각과 이사주당은 여성의 경험과 감수성에 의거해 새로운 학문과 글쓰기를 함으로써 기존 학문의 틀을 수정하고 학문의 영역을 확장했다고 하겠습니다. 448~449쪽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서의 '자아 찾기'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여성적 자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460쪽


이 시(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고전문학은 '나'의 '거대한 뿌리'라 할 것입니다. 즉,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이지요. 489쪽


30대에 대학 강단에 선 이래 '한국고전문학사'를 많이 강의해 왔는데, 마침 정년퇴직을 앞둔  마지막 학부 수업도 이 과목이어서 감회가 깊습니다. 한 학기 동안 제 강의를 경청해 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강의가 한국고전문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그 이해의 확충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489쪽


* 1권 독후감

https://brunch.co.kr/@hanmunlove/349


* 2권 독후감

https://brunch.co.kr/@hanmunlove/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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