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원 제목 어떻게 할지 구상해 주세요."
"선인들의...???"
"선배들의 명문장?"
"선배들의 문장 처방전 어때요?"
"그거 좋네요! 다른 샘들도 이의 없으시면 그거로 해요."
"대단원 첫 화면에 키오스크처럼 학생들이 한문학교 선배들에게 자기 고민에 맞는 문장 받는 그림 어때요?"
"키오스크 위에 공자 얼굴 들어가면 어떨까요?"
줌(zoom)으로 밤 11시 넘어서까지 회의하면서 소단원명을 '말 때문에 힘들어요', '공부를 왜 해야 하나요?', '자신감이 필요해요', '좌우명을 갖고 싶어요'로 정했습니다. 그 뒤에도 소단원명은 몇 번 바뀌었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면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혔습니다. 단원명에 맞는 문장과 활동 내용을 구성할 때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를 한곳으로 모아 책으로 만드는 일은 힘들면서 뿌듯했습니다.
작업하다 보면 갈아엎고 뒤집을 일이 많습니다. 같은 문장이 단원을 넘나들면서 신습 한자 목록이 바뀌기도 하고, '어휘 익히기', '내 곁의 한문', '형성 평가'도 여러 번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면서 우리 책으로 수업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옛사람의 오랜 고민이 담긴 문장으로 치유받는 순간을 꿈꾸었습니다. 한문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교과서를 편찬하면서 필진들이 누린 기쁨을 오롯이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가 작아 보일 때 이덕무의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에 힘을 얻었고, 교과서 같이 쓰시는 선생님 덕분에 "하나의 재주, 하나의 재능을 사람마다 모두 가지고 있다."**를 배웠습니다. 키오스크로 열어 약봉투로 맺는 5단원이 갓 지은 밥에 따스한 국과 반찬 곁들인 정갈한 밥상이길 바랍니다. 어떤 날은 옛사람의 말이 위클래스에서 작은 약봉투에 가득 담아 나눠 주던 동글동글 초콜릿 같았으면 싶습니다.
*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중 "螗蜋自愛滾丸(당랑자애곤환), 不羨驪龍之如意珠(불선여룡지여의주)."입니다.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는 "蜣蜋自愛滾丸(강랑자애곤환), 不羡驪龍之珠(불선여룡지주). "로 실려 있습니다.
** 송덕상의 「연설(筵說)」 중 "一技一能(일기일능), 人皆有之(인개유지)."입니다. 정조 3년(1779년) 음력 1월 23일에 경연(經筵)에서 한 말을 인용했습니다.
2022 개정 대학서림 중학교 한문 104~105쪽입니다.
위의 책 123쪽 윗부분입니다.
위의 책 131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