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밀의 『한자의 쓸모』(2024)

그 글 아래 쉬어 가다

by 스마일한문샘

읽은 날 : 2024.12.11(수) 오후 2:00(?)~4:36

면수 : 343쪽


한자 · 한문 관련 책 나오면 찾아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더 잘 알고 더 잘 가르치려 읽습니다. 결이 맞고 내용이 충실한 책을 만나면 힘을 얻습니다. 『한자의 쓸모』도 그랬습니다.


"한문 왜 해요?" 학생들이 물을 때마다 말합니다. 한자를 알면 우리말을 더 잘하고, 한자로 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옛사람이 한문으로 쓴 지혜와 가치관을 읽으면서 좋은 건 이어가고 아쉬운 건 더 멋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10대 후반부터 저의 꿈은 한문교사였고, 한자 · 한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그 꿈이 수업과 일상에서 열매맺기를 바라며 화요일에 찾아온 책을 읽었습니다.


이상합니다. 분명히 한자 책, 공부하려 읽은 책인데 그 글 아래 쉬어 갑니다. 할 일 많지만 쉼이 필요했고 스스로를 가다듬고 싶었던 날, 기다리던 책에는 한자의 의미, 어휘의 숨결뿐만 아니라 나무그늘 닮은 글이 있었습니다. 아는 부분은 빠르게 보고 애매하던 부분은 찬찬히 되새기며 2시간 반 동안 읽었습니다.

'이 부분은 학기말 수업 때 써 보면 어떨까?'

'이건 내년 첫 수업 때 이야기해야지!'

읽고 정리할 것, 아이들 말과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서 풀어낼 부분이 보입니다.


"모쪼록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우리말의 개념어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슬기로운 언어생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글자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아 나를 돌아보고 삶을 성찰하기를 기대한다."(7쪽) 머리말에 담긴 마음을 수업에서 나누려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다시 아이들을 만날 힘을 얻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한자를 잘 알면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도 구별할 수 있다. 4~5쪽


산 정상에 올라 굽어보면 일상의 고민이 문득 작아 보일 때가 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삶의 복잡한 문제들도 단순해 보인다. 산은 우리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세상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 47쪽

- 읽으면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글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말 가운데 습관적으로 쓰는 말이 있다. 이를 관용어라고 한다. 관용어는 둘 이상의 단어가 합쳐져 본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뜻으로 쓰인다. 관용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잘 이해하면 상황에 꼭 맞는 표현을 제대로 쓸 수 있다. 126쪽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행동이 점잖아지는 것이 아니라 귀가 순해지고 내 욕심이 아닌 하늘의 뜻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222쪽


역사의 역歷은 '지내다'로 지금까지 살아온 자취이다. 취직할 때 제출하는 이력서履歷書는 지금까지 밟아온 삶의 자취를 적은 글이란 뜻이다. 이履는 '밟다.'는 뜻이다. 이력서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경력을 적는다. 이력은 본래 조선 시대 관원들이 임용하거나 승진하는 데 필요한 경력을 뜻하는 말이었다. 조선 시대에도 임용되거나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경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집안 어르신의 공으로 벼슬을 한 음관蔭官이 지방관으로 임명될 때는 백성들 간의 소송을 다뤄본 이력이 필요했다. 또 무관이 높은 관직까지 차례로 승진하려면 변방에서 근무한 이력이 필요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이력이 있으니 자신의 이력을 돌아보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지 살펴야 한다.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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