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연구소의 『한문고전과 글쓰기』(2025)

2025 첫 독후감

by 스마일한문샘

읽은 날 : 2025.8.20(수)~8.24(주) 오전 8:17

면수 : 208쪽


고2 때 용돈 모아 『재미있는 고전여행』을 샀습니다. 학교 도서관 없던 시절 집에 있는 세로줄 사서삼경 전집만 읽다 모처럼 가로줄 한문책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해 그 책과 한문 교과서, 이명학 선생님이 쓰신 『EBS 교양한문』으로 옛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습니다. 두보의 <강촌(江村)>,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 우리나라와 중국 사람들이 남긴 여러 명언을 아껴 읽고 몇몇 글은 수첩에 색펜으로 새겼습니다.


『한문고전과 글쓰기』 읽으면서 가장 먼저 찾아온 생각은 '학생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옛글과 오늘이 맞닿는 순간을 아낌없이 나누고 싶은 저에게 '고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대인의 삶에 다시금 의미 있게 연결하는 작업'(6쪽)은 언제 봐도 매력 넘치는 영역입니다. 중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옛글과 학습 요소를 찾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역량'까지 아우르려 애쓰셨을 작가님들의 노고가 눈에 선합니다.


책은 크게 3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는 글도 있지만 낯선 글이 더 많습니다. 소제목 아래 활동 목적과 흐름, 한 걸음 더(심화 활동)을 먼저 제시하고 한문고전의 한글 번역문과 원문 1~2줄을 인용합니다. '본문을 읽고 든 생각은?', '스스로 논술'처럼 글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풀이에 필요한 한자'와 '따라 쓰기'도 있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활용하거나 스스로 공부하기 좋습니다.


올해 여러 일로 독서감상문을 못 쓰다 『한문고전과 글쓰기』로 첫 독후감을 올립니다. 수업 준비할 때 참고하려 읽다 제가 먼저 마음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틈틈이 읽으면서 얻은 통찰과 여운으로 생각을 정리할 힘을 얻었습니다. 그 기억을 선물처럼 담아 오늘과 2학기를 더 뿌듯하게 채우고, 부지런히 읽고 쓰며 나누는 평생학습자로 걸어가겠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선현들의 사상과 경험이 담긴 고전 텍스트는 인간다움의 본질, 공동체의 가치, 윤리와 정의의 문제 등 시대를 뛰어넘는 인문학적 질문들을 던집니다. 학습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탐구하면서 개인의 내면을 성찰하고, 더 나아가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함양할 수 있을 것입니다. 7쪽, 한국고전번역원 간행사


한국고전번역원이 발간한 이 책을 통해 중ㆍ고등학교 한문이 "한문"이 구태의연하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死語(사어)를 다루는 교과가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이며 중ㆍ고교 학습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과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9쪽, 공백연구소* 저자 일동


나와 함께 지내온 것들에 대해 추억하는 일은 세월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26쪽


예술과 과학의 만남은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올 수 있다. 75쪽


다양성에 대한 존중, 고유의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롯된 언어와 어휘의 폭을 넓히는 일은 의사소통의 영역을 넘어서 창의력과 상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79쪽


어떤 일에 몰두해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밥도 잊고 잠도 잊으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그 몰두의 끝에는 에너지가 소진된 나의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 신호를 잘 포착해야 한다. 129쪽


나는 어릴 때 책 읽기를 좋아했고, 또 책을 베껴 쓰는 버릇이 있었다. 이는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씀과 오묘한 말을 한번 보고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174쪽, 유본예, <서초설(書鈔說)>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처음 호남 좌수사湖南左水使에 제수되었을 때 왜적이 침입한다는 경보가 다급했다. 왜적을 막는 것은 바다에 달려 있었으나 공은 바다를 방비하는 요해처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공은 날마다 포구의 남녀 백성들을 좌수영 뜰에 모아놓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짚신도 삼고 길쌈도 하는 등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면서 밤만 되면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였다. 공은 평복 차림으로 그들과 격의 없이 즐기면서 대화를 유도하였다. 포구의 백성들이 처음에는 매우 두려워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숙해져 함께 웃으면서 농담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대화 내용은 모두 고기 잡고 조개 캐면서 지나다닌 곳에 관한 것들이었다. 185~186쪽


* 포정해우(庖丁解牛) : 포정이 소를 잡는다는 말로 기술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뜻합니다.


* 공백연구소 : 대학에서 교과교육을 공부하는 연구자와 중고교에서 교과교육을 실행하는 교사들이 공자와 제자백가의 세상에 대한 탐구 정신을 잇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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