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전보요?" "출산휴가 합치면 9년이 넘어요." 시 만기가 10년인데 예전 학교 3년, 우리 학교 6년 근무해서 1년 더 있을 줄 알았습니다. 부랴부랴 청간 내신 쓰고 학년말 업무 마무리하다 1학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2학년이야 3학년에 한문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안녕!" 하면 되지만, 내년에도 제 수업 듣는 줄 아는 1학년은 어찌할지요.
고민고민하다 2025년 첫 주 마지막 시간에 운을 뗐습니다. "여러분에게 미안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지난번 한문 수업 설명서에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써준 사람이 많은데, 아쉽지만 우리 학교 올해까지만 있어요." "예?" "진짜요?" "어~~~~~"
일렁이는 눈빛들 앞에서 '달력으로 배우는 한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예쁜 기억만 안고 가는 2011년생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수업 전날 쏘옥 담은 이덕무의 "섣달그믐의 마음을 늘 품어서 새해에는 좋은 사람 되리라. [長懷除夕心, 新年好人爲.]"로 긴 방학과 2학년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채워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꼬박꼬박 졸던 ㄱ이 "마지막 시간인데 자면 안 되지!"라며 진지해집니다.
1월 2~3일 수업반에서는 옥상달빛의 <행복의 나라로>, 6~7일 반에서는 페이커의 외교부 <2024년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기조연설 뉴스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습니다. 제 십대 후반을 열어준 노랫말이 열다섯 살 아이들에게 또 다른 행복이길 바랐고, 학생 때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했던 페이커가 중요한 자리에서 연설할 만큼 훌쩍 자란 것처럼 아이들도 자기 속도대로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어느 반에선 같이 웃고, 어느 반에선 따뜻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학년말 일정으로 수업 시간이 안 나와 다른 교과 선생님께 15분 빌린 반에서는 몇몇이 글썽글썽. "ㄴ, ㄷ 울었어?" "둘이 F예요!"(MBTI의 F) ㄷ이 친구들에게 "선생님 가시는 학교 학생들은 복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