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또 다른 늙음을 목격해야 했다
15번째 기록
1.
나는 매번
또 다른 늙음을 목격해야 했다.
오늘 마주한 얼굴은 구겨지고 바래지며
지워져 갔다.
그 얼굴에 새겨지는 굴곡들을 붙잡고 싶었다.
엄마, 여기 봐 봐.
멋쩍은 듯 웃는 모습도 좋았고,
머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매만지는 손길도 좋았다.
2.
쭈그러진 얼굴은 화면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박자에 따라 손뼉도 마주쳤다.
그리 슬픈 노래는 아니었는데, 그 모습에
어린 늙음이 눈물을 흘렸다.
그 옆에서 백발의 사내는 허허 웃었다.
3.
백발의 사내의 눈썹 사이에
깊은 자국이 남았다.
아빠, 인상 좀 펴.
사내는 세월의 무게를 버티고 선 미간을
슬쩍 추켜올렸다.
아주 잠깐,
또 다른 늙음이 걸음을 멈췄다.
4.
오늘은 셔터를 많이 눌렀다.
다음에 또다시 늙음을 마주하는 날엔
가만히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