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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ug 17. 2021

잡생각이 넘치는 나, 시간관리가 필요해!

생각하는 주말, 일하는 평일






머릿속 계획만큼 모든 걸 실현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뤄냈을까?

이 구역의 방구석 계획 봇, 바로 나다. 일과 쉼의 구별을 확실히 짓자고 늘 다짐하지만 사람 일이 도무지 계획대로 되질 않는다. 특히 인스타툰을 그리던 초반에는 여러 일을 동시에 쳐내는데 적응이 되질 않아서 시간관리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래! 생각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시도만 하면 돼! 하지만 내 엉덩이는 너무 무겁다.

몸이 안 좋을 때는 코끼리 엉덩이의 상태가 더 악화된다. 도무지 뭔갈 할 수가 없다. 누가 내 손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것처럼 움직여지질 않는다. 아니, 계획한 걸 실행하기 위해 움직이기가 싫다! 







제발 요일별 '나'들아, 움직이란 말이야. 다른 요일의 걱정은 하지도 말고, 그저 그날 할당된 업무만 하고, 더 하려는 마음도 버리고. 그냥, 당일의 네 업무만 해줘. 그걸로도 성공이야!






잡생각들은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다. 뭔갈 시작하려 하면 꼭 잡생각들이 동호회를 연다. 열정이 넘치지만 실행력과 추진력이 부족하게 되면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 하고 싶은데, 해야 하는데, 시작을 못하는 느낌.







그래서 평일엔 생각을 금지시키기 위해 주말의 '나'를 왕으로 삼기로 했다. 앞으로 평일들은 주말의 내가 다스릴 것이니~ 너희들은 조용히 주어진 일만 하도록 하여라~!








아, 이 얼마나 오래 바라던 아름다운 모습인가! 단순 업무를 하듯 각 요일들의 내가 각자에게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모습. 다른 요일에게 오지랖 부리지 않는 모습. 역시 업무 중에 다른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배가 산으로 가듯, 내 일정도 산으로 가니까. 그런데,





이쯤 되면 이건 진지하게 성향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잔걱정이 많은 나. 잔걱정뿐인가? 나는 잡생각, 잡상상도 많이 한다. 이런 성향이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놀라울 정도로 계획을 말아먹을 때도 많다. 









걱정을 하다 일이 더뎌지고,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되는 나. 당장 월요일부터 이러다가 오후 3시쯤이 되면 막막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곧 남편이 올 시간이 다가온다. 계획했던 일의 반밖에 해내지 못한 채 저녁밥을 준비하러 갈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이런 날들이 듬성듬성 이어지는 한 주도 있다. 그럴 땐 나의 한 주 계획표에도 역시 듬성듬성 구멍이 생긴다.



사실 내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건 신사임당 선생님의 유튜브이다. 유리멘탈들이 일정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을 설명해주시는 영상이었는데, 아주 인상 깊어 일기에 따로 적어놨던 내용이었다. 바로 계획하는 주말과 생각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평일을 구분하는 것.










이 잡생각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 하나 싶다. 5월 이후로 운동을 꽤 많이 안 하긴 했으니. 정신력이 약해서 이 상태를 유지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매일매일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엄청난 자책감을 안겨다 주었고, 이는 야금야금 내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다. 자아효능감이 수직 하락하는 느낌. 혼자 일하기, 참 쉽지 않다.















대나무 숲에 와르르 쏟아내고 싶었던 내면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업로드할 때, 그땐 나름의 개운함이 있다. 여기에 공감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게 되면 더 즐겁다. 온전히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는 삶.






혼자 일하는 것은 그만큼의 자유가 있지만, 내가 나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내가 움직인 만큼 성장하고 움직인 만큼만 벌이가 유지되는데, 수입 없이 작업을 쌓아가는 초반에는 흐트러지기 쉬운 나를 잘 조이고 다스려야 한다. 






이것저것 행복한 계획을 세우며 시도하려던 작년, 집에 일이 생겼고 예상치 못했던 병원 나들이까지 합세했다. 그래도 나름 짬을 내어 여러 개를 이뤄놓긴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마 더 열정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작년엔 마음을 참 많이 내려놓았다. 계획도 중요하지만, 건강과 내 마음의 평안이 더 중요하니.


그래, 이 정도도 장하다. 그러나 여러 부분에서 많이 회복한 일상인데도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비상금은 언제까지 야금야금 까먹을건지.


해낸 것도 이룬 것도 없이 걱정 속에 헤엄치던 평일들을 지나 맞이한 주말은, 뿌듯하고 평화로운 꿀 같은 주말이 될 수 없다. 그 주에 해내지 못한 일들은 다음 주로 넘어가니까. 결국 내가 해내고 치워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 5월에 그려서 인스타에 업로드했던 이야기이다. 지금의 나는 저 당시 상태에 비하면 반 정도는 나아진 것 같다. 일단 주말에는 웬만하면 일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하지만 평일에 일하는 도중 걱정을 하는 성향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갑자기 들어오는 일들, 그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 계획들이 있기 때문에 평일에도 생각을 하고 약간의 걱정을 하는 것은 내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인 듯하다. 내 마음이 좀 더 튼튼해지면 되겠지!


마음이 힘들어지는 날에는 다시금 "so what?" 정신을 되새기며 마음을 무장한다. 그래서 뭐, 망한 것도 아니고,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 지구가 멸망한 것도 아니잖아! 가볍게 가볍게, keep going! 너무 비장하고 무거워지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혼자 계획하고 혼자 실행하는 삶. 자유롭게 일하지만 제 때 자고 제 때 일어나고. 일할 때 일하고, 식사할 때 식사하고. 이런 리듬 정도는 맞춰줘야 이 삶을 오래도록 즐겁게 지킬 수 있겠지. 나의 평일과 주말을 분리하기 연습은 앞으로도 오랜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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