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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북섬에서 만난 사람들(2)

'코로만델 리조트의 한국인 사장님.'

by 한나Kim

20대 초반, 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여행지를 가면 유명한 곳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꽤 노력을 했더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사진을 찍는 게 견문을 넓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 지역의 유명지를 방문하기보다는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 돌아다니다가 알게 된 사람들,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된 사람들 등, 낯선 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듣는 게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추니 또 다른 세상이 열리며, 뭔가 내 인생이 더 다채로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북섬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Coromandel Peninsula에 위치한 Beach Resort의 한국인 사장님:


뉴질랜드 북섬 끝에 위치한 코로만델 지역을 방문했다. 푸르른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청정 지역으로, 그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이다.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달려서 Hahei 마을에 있는 리조트에 체크인을 하려고 들어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그곳에서 우리를 맞아주던 동양 여자분이 "한국분이세요? 저도 한국사람이에요!" 하는 것이다.


세상에나. 이런 뉴질랜드 시골 청정 지역에서 한국인을 만나다니. 여자 사장님의 첫인상이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더 놀랍고, 반가웠다. 도착한 날은 차를 오래 타서 피곤했기에, 아쉬웠지만 일단 가볍게 인사만 나눈 후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여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싶은 마음에 리셉션에 갔는데, 그날은 그녀의 남편이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남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분은 영어를 쓰는 모습이나 표정 자체에 여유로운 웃음이 있었기에 현지 교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 뉴질랜드 교포세요? 뭐랄까 전형적인 한국 남자분 느낌이 전혀 없어요~ 아니라면 뉴질랜드에는 언제 오셨나요?"


그분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외국계로 회사를 옮긴 후 싱가포르,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거주를 하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서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다고. 그때 한국에 들어오면서 아내랑 약속한 것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선행 학습은 절대 시키지 말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니 친구들한테 편지를 받기도 하고,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가 영어로 말을 시키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분이 교육 철학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슬슬 이런저런 교육을 시키려고 하기에 뒤도 안 돌아보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럼 왜 하필 뉴질랜드였나요? 외국에서 일하시며 여기저기 다 경험을 해보셨을 텐데. 유럽, 싱가포르, 호주 등 여러 옵션 중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유럽이 좋은 나라라는 걸 알았지만, 자기는 이미 20년 전에 유럽이 이민자나 난민으로 복잡해질 거라는 걸 예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은 Out,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1년이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체감했기에 싱가포르도 Out, 호주는 살기 좋았던 나라였기에 호주로 갈까 싶어서 뉴질랜드에 이민을 오기 전에 방문을 해봤는데 역시나 지구온난화로 이전보다 사막화가 더 많이 진행된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하셨다.


결국 선택한 나라가 뉴질랜드였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우선 모든 나라들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전쟁에서도 안전하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나마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클랜드에서 조금 떨어진 타우랑가로 갔다고 한다. 작은 도시지만 깨끗하고, 학교 수준도 높을 뿐 아니라 바다와 산이 접해있기에 자연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그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코로만델에 잠깐 여행을 왔는데,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이곳에서 사업을 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데 푹 빠져버렸다. 요하네스만 아니었다면 하루 종일 듣고 싶을 정도였다. 외국에서 일할 때는 어땠는지, 한국에서 지사장으로 일할 때는 어땠는지,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건 어떤지, 뉴질랜드의 교육은 어떤지 등,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다. 시간이 짧은 게 참 아쉬웠다.


이처럼 여행을 하다가 만난 분들 중에서도 헤어짐이 아쉽게 느껴지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분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 들을 길이 없다는 아쉬움에 사장님께 브런치를 소개해드렸다.


"사장님, 브런치라고 하는 앱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글을 쓸 수 있어요.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으실 거 같은데 시간 되실 때 한번 가입하고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사장님은 손사래를 치며 자기처럼 평범한 사람이 무슨 글을 쓰냐고 하셨다.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가 한국에서 지사장까지 하신 후, 모든 걸 뒤로한 채 뉴질랜드 청정지역에서 리조트를 운영하면서 평화로운 인생을 살고 계시는 비범함 그 자체인 분께서 평범을 논하시다니요..


솔직히 이분의 인생이야 말로 모두가 꿈꾸는 삶이 아닐까 싶다. 여러 세상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가장 살만한 나라를 고른 안목과 큰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자금력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현명함까지. 이분의 삶과 경험이 너무나 궁금하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난 자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직급에 있길 바라는 마음

남들보다 조금 더 화려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


과연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

과연 그렇게 달린 후의 끝은 어디인가

그렇게 달린 후에 우리는 과연,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기는 한 것인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한국인들

우리는 대체 어디를 향해서 그렇게 달리고만 있는가



...


언젠가 그분을 브런치에서 뵙게 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자연을 벗삼아 걷는 평온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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