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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북섬에서 만난 사람들(3)

'대자연 덕분에 사람도, 동물도 순하다.'

by 한나Kim

- 타우랑가(Taurnga)에 위치한 Maunganui Mountian에서 만난 한-뉴 가족:


타우랑가는 오클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도시로, 도시에 딱 들어서는 순간 깨끗한 바다와 산, 그리고 예쁜 집들이 펼쳐져 있는 유명 관광지 같은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3일을 머물렀는데, 둥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친했던 엄마가, 아들과 함께 그곳에 살고 있는 덕분에 타우랑가 그녀의 집에서 지내며 근처 관광지를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크라이스트처치 우리 집에 머물며 남섬을 편안하게 여행했다. 한국의 정 넘치는 이웃사촌이 아닐 수 없다 :)


도심 한복판에 있는 단조로운 우리 집과는 다르게 그녀의 집에는 넓은 정원과 피조아 나무, 오렌지 나무, 아보카도 나무가 있었다.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는 그녀의 집에 머물며 3일 내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꼈다.


아보카도 / 피조아 / 오렌지 나무

그녀의 추천으로 근처 마웅가누이(Maunganui) 산에 가게 됐다. 그곳은 해발 232m의 작은 화산으로, 정상에 오르면 타우랑가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행복한 양들을 보면서 쉬엄쉬엄 올라 정상에 도착하면 사방으로 시원하게 뻗은 뷰가 나타난다.



위에서 한참을 있다가 쌀쌀한 바람에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데, 어떤 가족이 벤치에 앉아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인이시죠? 제 아들이 저 아빠는 백인인데 한국말한다고 들어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라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보니까 아빠는 키위, 엄마는 한국인, 아들은 혼혈이었다. 벤치에 서서 한참을 대화하다가 다 같이 산을 내려오면서도 이야기를 했다. 현재 대학교 3학년으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아들은 한국어를 하고 싶은지 내 옆에 붙어서 계속 말을 걸었다.


"아줌마 나는 게임 좋아해. 동생 발 Burn 해서 산 못 왔어. 내 한국말 할머니 말이야. 이상해." 등등 유치원 아이 같은 말로 소통을 하는 게 그리 귀여울 수가 없네ㅎㅎ 게다가 대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순해서 뭔가 둥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애정이 갔다.


한참을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부터는 한국인 어머니랑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제주도 사람이라고 한다. 아주 마르고, 작은 몸을 가진 분이셨는데, 이야기하는 내내 제주도 여인의 강인함이 느껴졌다. 뉴질랜드에 온 순간부터 외국인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오클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인가? 오랜만에 쓰는 한국어라 반가우셨는지, 산에서 이미 한참을 이야기했음에도 우리 가족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데 같이 동행을 하셨다.


2시간 넘게 한국어로만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녀의 남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우리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며 자기 와이프에게 한국어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순한 편인데, 특히 키위 남자는 메가 울트라급으로 순하다는 인상을 이곳에 살면 살수록 더 받는다. 반면, 우리 요하네스 군은 유창한 한국어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만 가자고 그녀 몰래 나를 쿡쿡 찍어대며... 아휴.. 그만하겠다 -_-


그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한국에 와서 일이나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야. 한국에 오는 거 언제든 환영해! 서울에 오면 연락해!"하고 카톡을 교환하고 쿨하게 헤어졌다.



- 카이코우라(Kaikoura)에서 만난 아기 물개(Seals):


남섬의 북쪽에 '카이코우라'라는 작은 어촌 마을이 있다. 이곳은 고래/돌고래/물개 와칭으로 유명한 곳이다. 차를 타고 넓디넓은 바다를 따라 달리는 해안 도로 덕분에 가슴이 확 트이는 곳이기도 하다.


가다 보면 해안가에서 무리를 지어 누워있는 물개도 볼 수 있다. 이왕 여기에 왔으니 물개를 봐볼까 하는 마음에 우리는 주차장에 잠깐 차를 세운 후, 해안가를 걷기 시작했다.



요하네스와 둥이는 물개를 더 가까이서 보겠다고 해안가로 나아갔고, 나는 돌들이 너무 예뻐서, 돌을 주으면서 놀고 있었는데, 저기 멀리서 둥이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엄마 이리 와봐~ 빨리 와!!!"


너무 애절하게 부르기에 무슨 일이냐며 다가갔더니, 무지하게 귀여운 녀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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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물개는 집에 놔두고, 엄마 아빠는 사냥을 하러 나갔나 보다. 얘 혼자 보금자리에서 멍~하니 있는 것을 둥이가 발견하자 처음에는 무서운지 부들부들 떨더니, 둥이가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보니까, 글쎄 뒤뚱뒤뚱 자기들 근처로 다가왔다고 한다 ㅎㅎ



얼마나 용기 있는 녀석인지, 내가 녀석의 뒤쪽으로 다가갔는데 놀라긴커녕, 한참 동안 나를 보더니 이번에는 뒤뚱뒤뚱 내쪽으로 다가왔다.


아 내 심장 ㅠㅠ



이 물개 녀석이야 말로 이번 여행에 만난 인연 중 단연코 최고가 아닐 수 없다. 아기 물개야 지금처럼 행복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자라렴 :)




야생에서 그것도 아기 물개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뉴질랜드의 대자연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리고

사람도, 동물도, 모두모두를 순둥하게 만드는 뉴질랜드 자연의 위대함에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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