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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천재가 된 둥이

'나도 놀랍다. 어쩌다 보니 천재 -_-'

by 한나Kim

오늘 둥이의 2학기 수업이 끝났다. 오늘부터 7월 13일까지 또 방학이다. 방학을 맞아 짧게 여행을 갈까 싶었지만, 겨울이 되니 어찌나 춥고 비가 오는지.. 이번 방학은 그냥 집콕 예정.


지난 1학기가 적응하는 기간이었다면, 이번 2학기는 적응을 끝내고 학교 생활을 온전히 즐기는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 아이들과 친해지고, 또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웃기기도 하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올라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덧붙여, '둥이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 '우리 반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가 수학을 제일 잘한다고 으스대던 조브 마저 2학기가 되자, "우리 반에서 가장 똑똑한 애들은 저 쌍둥이인 거 같아"라고 말했다고. 이런 상황에서 둥이의 자존감이 안 오르는 게 더 이상할 듯싶다.


솔직히 말하면, 뉴질랜드에서 수학을 잘한다는 뜻은 방정식이나 함수를 잘한다 이런 게 아니라,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 등 기초 연산을 잘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12*7 정도? 이런 연산은 한국 4~5학년 아이라면 1초 안에 풀지 않나요? ;;

어쨌든 둥이에게 '똑똑하다'는 타이틀이 달리니, '어? 나 진짜 좀 잘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쑥쑥 오르면서, 무엇을 하든지 분발하게 되었고, 또 열심히 하니 그만큼 더 좋은 결과를 받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중순에 7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미술 대회를 열였는데, 둥이가 그린 그림이 1등으로 뽑혀 교장실에 걸렸다던가, 7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뛴 마라톤에서 10등 내에 들어왔다던가.. 아무튼 2학기에는 뭐를 했다 하면 상을 받아오기 시작했다. 사실 오래 달리기나 그림 그리기는 원래 한국에서도 잘하던 것이라 사실 그러려니 했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워낙 출중한 아이들이 많으니 1등은 못했을 것이지만 ㅎ

가운데가 둥이 작품


그런데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스피치 대회는 다르다. 달님이가 '7학년 글쓰기'에서 반 1등으로 뽑힌 후, 각 반에서 뽑힌 아이들과 함께 교단에 올라 전교생 앞에서 자신의 글을 읽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스피치 대회 심사를 마친 오늘! 7학년 스피치 대회 '전교 2등'이라는 상장을 가지고 왔다 :)


글의 주제는 "Success is not the work of an individual, but the work of many (성공은 한 사람의 결과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의 결실이다)"였는데, 달님이는 위 주제를 북한 정권의 김정은과 연결시켜서 작성했다고 한다. 들어보니 주제와도 딱 맞았고, 내용도 좋았고, 또 재미까지 있는 글이었다.


반면, 햇님이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주제랑 전혀 상관없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떡볶이와 순대'에 대한 글을 써서 아예 뽑힐 수가 없었다고. 1등이고 2등이고 상관없이 자기는 순대랑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반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ㅎㅎ



...



자신감이 과연 어디까지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결과에 대한 아무런 기대치 없이, 모든 과정을 온전히 맡긴다면 그 아이가 정말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모 수업'이나 '자녀 교육'에 관한 강의는 웬만해서 다 들으러 다녔기에, 아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익히 알고 있다.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인데, 초등학생 때는 이런 자기 효능감을 차곡차곡 높여야 하는 시기라고 모든 강사들이 늘 강조를 했었다.


왜냐하면 자기 효능감이 높은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적인 과제를 더 잘 수행하고, 설사 실패를 했더라도 회복 탄력성이 좋으며, 또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적으로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어려운 목표가 아닌,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서 성공 경험을 쌓는 것. 이것을 통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무언가를 할 때, 큰 목표를 설정하는 습성이 있다. 게다가 부모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도 아이들이 자기 효능감을 쌓기에 굉장히 힘든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무엇이든지 잘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기에 미친 듯이 선행을 하지 않는 이상 반에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사실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그냥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


둥이가 뉴질랜드에 와서 조금씩 높아지는 자기 효능감으로 빛이 발하고 있음을 느낀다. 설령 한국에 돌아가 지금만큼의 결과가 없더라도, 여기서의 값진 경험이 앞으로 우리 둥이에게 큰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도 믿는다.


인형들 춥다고 옷을 입혀준 둥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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