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말 보통 인연은 아닌가벼~'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크라이스트처치는 춥고 비 오는 겨울이었다. 다행히 2주 전부터 다시 햇빛이 나타나며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일주일 중 4일은 햇빛이 있고, 3일은 비가 오거나 흐린 정도다. 기온은 -2도에서 17도 사이. 해가 있으면 오후는 17도까지 오르고, 해가 없을 때는 10도 정도.
그동안 너무 춥고 비가 와서였을까. 잊을만하면 나타나던 냥냥이를 못 본 지 꽤 지난 것 같았다. 녀석한테 선물도 받았었는데.. 고맙다는 말도 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집 근처에 나타나지 않아 나름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간 내가 집에 없을 때도 많았고, 또 날씨가 너무 춥기도 했고, 게다가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니, 냥냥이가 산책을 하기보다는 집 안에만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이러다가 영원히 못 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은근히 정이 들었나 보다.
...
오랜만에 화창했던 어느 날, 부엌에서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파란 하늘 덕분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서 상쾌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뭐지? 이 느낌..?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 이 뜨거움은 뭘까 싶어 살포시 밖을 바라봤는데..
어머나~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냥냥이 발견! :D
알고 보니 우리 옆집 냥이었구먼! 그 녀석이 초반에 나를 끌고 갔던 집이 정말 그가 살고 있는 집이었던 것이다 ㅎㅎ
녀석을 보자 너무 반가워서 사랑의 하트를 날려줬다. 눈을 크게 깜빡이며 반갑게 인사도 해줬다. 입을 크게 벌려서 놀러 오라고도 했고, 손짓으로 `우리 집에 놀러 와~`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의 똥꼬 발랄 인사에도 미동 하나 없이 고요히 보고만 있는 녀석이다. 여전히 도도하다.
중간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살짝 현타가 오긴 했지만 그만큼 반가웠기에 나의 온 애정을 담아 그에게 인사를 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가 선반 아래로 내려가며 사라졌다. 내 마음은 전달이 됐겠지 싶어서 유쾌했다. 냥냥이가 나를 잊지 않았구나 하는 은근한 기쁨도 뿜뿜 ㅎㅎ
그렇게 인사를 하고 약 일주일 후, 그가 집으로 놀러 왔네. "냥냥아!!" 헐레벌떡 나가서 오랜만에 그의 구석구석을 긁어드렸다. 고롱고롱 누워서 나의 마사지를 마음껏 즐기는 녀석이다. 여기저기 박박 긁어주며 이야기했다.
"냥냥아 너가 준 참새는 잘 받았어. 고마워. 그런데 죽은 참새가 너무 무서우니까 앞으로는 주지 말고 너 먹어~ 그리고 이제 날씨 좋으니까 자주 놀러 와. 보고 싶었다구!!"
내가 하는 말에 고롱고롱 대답도 잘한다.
...
정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애착 인형이든, 무언가와 꾸준히 정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우리의 삶에 큰 기쁨과 활력,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동네의 이름 없는 고양이에서 결국 내 삶에 즐거움이 되어준 '냥냥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그를 통해 인생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반복되는 무채색의 일상에 예쁜 색을 입혀주고, 또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준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고양이들이 츄르를 그리 좋아한다면서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츄르 파는 곳이 어디 있나 알아봐야겠다. 눈이 번쩍 뜨이는 츄르를 선물해 줘야지. 조금만 기둘려라 냥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