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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저렴하게 여행하기

'뉴질랜드는 역시 캠퍼밴이지!'

by 한나Kim

뉴질랜드는 여행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꽤나 로망이 있는 나라이다. 여행가들에게 뉴질랜드를 환장하게 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남반구의 최남단에 위치한 나라라는 것과 '반지의 제왕' 및 '호빗'의 촬영지였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자연이 세트장이 아닌 뉴질랜드의 자연이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이를 보기 위해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나라이다 보니 이곳을 방문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한국에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까지는 비행시간이 약 15시간이라 괜찮지만, 유럽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는 약 28시간에서 32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뉴질랜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넉넉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시간이 없다. 이런 분들은 그냥 깔끔하게 패키지로 와서 한 번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시간이 넉넉하고, 비용을 최대한 아껴서 여행하고 싶은 분들은 내가 추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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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우리는 4인용 캠핑카를 산 후, 1년간 그것으로 여행을 다니다가 귀국 전에 다시 팔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2018년 독일에서 머물 때, 900만 원짜리 카라반을 구입한 후 6개월 내내 이것을 끌고 유럽 이곳저곳(독일 - 체코 - 슬로바키아 - 헝가리 - 크로아티아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몬테네그로 - 이탈리아 - 오스트리아 - 독일)을 여행하다가 귀국하기 바로 전에 750만 원에 되판 적이 있었기에 사실 이것이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18년 우리의 스윗홈 in Europe

하여 작년 12월,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하자마자 꽤 많은 중고 캠핑카를 보러 다녔다. 그러나 우리가 결국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는 뉴질랜드에 있는 캠핑카는 연식이나 상태에 비해서 가격이 현저히 높은 5000만 원 안팎이었고, 또 되팔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지했기 때문이다. 귀국할 때 못 팔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에 계획을 수정했다.


2월 말이 되자, 캠핑카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요하네스가 캠퍼밴이라도 사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조금 알아보니 2인용 캠퍼밴은 마켓이 활발하여 한 달 안에 판매가 가능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기에 '좋아! 일단 Go'를 외쳤다.


그렇게 캠퍼밴을 사기 위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유럽 또는 서양인들은 짧은 기간이라도 일단 캠퍼밴을 구매한 후 여행을 하다가 귀국 전에 다시 되판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30대 남자는 3주간 여행을 하기 위해 캠퍼밴을 샀다고 했다. 그는 3주 전에 5000불에 산 차를 3500불로 판매하고 있었다. 단 3주 여행을 위해 중고차를 구입하고, 보험을 들고, 다시 되판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스라엘에서 온 20대 여자는 작년 6월에 캠퍼밴을 산 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가 더 이상 여행을 안 할 거라 판매한다고 했다. 그녀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몇 개월을 살 예정이었기에 시간이 많아서인지 차 가격을 내리지 않고, 다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20대 프랑스 여자한테 2007년 산 도요타 2인용 캠퍼밴을 샀는데 그녀 역시 비슷했다. 워홀로 와서 6개월을 일한 후, 여행을 위해 작년 9월에 11000불을 주고 차를 구매하였고, 올해 3월 프랑스로 귀국하기 전에 처음에는 9000불에 올렸던 차를, 천불을 더 내려 8000불에 판매했다.

우리 캠퍼밴, 도요타 Voxy군

그렇다면 왜들 이렇게 중고 캠퍼밴을 구입 후 여행을 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뉴질랜드에서 캠핑카나 캠퍼밴을 렌트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짧게 1-2주 여행이라면 렌트가 저렴하겠지만, 여행기간이 한 달이 넘어가면 차를 구매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다. 배낭여행으로 몇 개월씩 세계 이곳저곳을 다녀본 유럽인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뉴질랜드는 12월부터 2월까지 극 성수기라 모든 비용이 비싸다. 여전히 날씨가 좋은 준성수기는 3-5월, 9-11월이고, 6-8월 초까지는 비가 많이 오고, 굉장히 춥기 때문에 이 시즌에는 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위 시즌을 보면 중고 캠퍼밴 가격도 대충 계산이 가능하다. 9월부터는 캠퍼밴 가격이 슬슬 비싸지다가 12-1월 사이에 최고가를 찍는다. 그러다 2월부터 판매자들이 가격을 내리기 시작한다. 하여 2월 말부터 여유롭게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다 보면 결국 최저가에 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5월까지는 날씨가 좋기 때문에 상관없다.


일단 캠퍼밴을 최저가로 사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의 상태가 아닐까. 여행하다가 차가 퍼져서 다치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체크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독일인 요하네스가 했던 방법이다ㅎ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가 AA인데, 이곳에 차점검을 신청하는 것이다. 점검비는 200불이다. 일단 차가 마음에 들면, 차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근처 AA에 차점검을 예약한 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그곳으로 오라고 한다. 대부분의 차주들은 오케이 한다. 물론 200불은 우리가 지불하는 것이다. 차 상태가 너무 안 좋게 나오면 사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구입하기 전에 Full 차점검을 받은 후, 그곳에서 고치라고 하는 부분을 근처 정비소에서 싹 교체했다. 정비하는데 1000불이 조금 넘게 들었다.


이렇게 차정비까지 합쳐 약 9000불에 구입한 캠퍼밴을, 만약 올해 12-1월인 극성수기에 되판다면 최소 9000불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남는 장사 아닌가유? ㅎㅎ


차 구입 & 정비까지 받은 후에는 AA에 가서 차보험을 신청하면 된다. 한국 영문 면허증이나 국제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다 신청이 가능하다. 캠퍼밴 보험비는 자가용 보험보다 저렴해서 약 600불(50만 원) 정도 들었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가긴 한다. 그러나 여행을 많이 해봤거나, 모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캠퍼밴 중고차는 어디에서 구입하고 판매해야 할까? 가장 활성화된 곳이 바로 facebook이다. 전 세계 방랑자들이 이곳에서 캠퍼밴을 사고판다.


하나 덧붙여서 혹시라도 중고 캠퍼밴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Green sticker로 구입하자. 이것은 Self-Containment를 의미하는데, toilet(변기)이 차 안에 고정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 스티커가 있어야 뉴질랜드 곳곳에 있는 무료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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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캠핑카나 캠퍼밴을 타고 정처 없이 떠돌며 여행하기에 최고인 나라이다. 일단 나라가 안전하고(총기소유 불법, 사회복지가 잘 갖춰져 있음), 어디를 가든 천혜의 자연이 펼쳐져 있어, 마음 가는대로 방랑하다가 뜬금없이 멈춰 서서 온전히 자연을 느끼고 싶은 장소가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고픈 분들, 자유로움을 맛보고 싶은 분들, 자연과 하나가 되고픈 분들, 밤에 무수히 많은 별을 보고 싶은 분들, 고생은 하더라도 내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강렬하게 느끼고 싶은 분들, 이 모든 분들에게 뉴질랜드 캠퍼밴(캠핑카) 여행을 추천한다.



그리고 모든 이의 방랑을 응원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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