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북한의 실상은 상식이 아님을 알았다.'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컨버세이션 클럽'에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진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20대 후반인 중국녀랑 너무나 쇼킹한 대화를 하게 돼서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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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남부지방에서 온 20대 후반인 그녀는, 금발의 짧은 쇼커트에 생글생글 웃는 귀염상 얼굴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물학 석사까지 공부했고, 1년 반 전에 뉴질랜드에 와서 색다른 인생을 경험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리지만 지적이고, 호기심도 많고, 대화의 깊이도 성숙하여 몇 번 만나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사람이라 호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지난주에 컨버세이션이 끝나고 그녀와 둘이 따로 남아서 약 1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그녀가 나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질문을 했다.
"너는 한국 사람이잖아. 그럼 북한에서 왔니, 남한에서 왔니? 사실 남한이랑 북한을 잘 몰라서 궁금했거든. 너한테 처음 물어보는 거야"
"당연히 남한에서 왔지. 북한은 돈도 없고, 자유도 없고, 비자도 못 받아. 남한은 자유도, 돈도, 비자도 다 가능한 나라고.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북한이 돈도 없고, 자유도 없다고? 처음 들어"
"헉! 북한이 돈만 없는 게 아니라 굶어 죽는 사람도 많아. 진짜 못 들어봤어?"
"들어본 적 없어. 너 거짓말하는 거 아냐?"
어이없이 시작된 대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진지해졌다. 그녀는 북한의 실상을 들으면서,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내가 예전에 봉사로 영어를 가르쳤던 새터민 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그때 그들로부터 들었던 '북한을 탈출해서 한국으로 오는 루트'를 설명해 줬다. 그걸 들은 그녀의 질문은 더욱 압권이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후, 왜 그 멀리 캄보디아나 라오스, 태국까지 걸어가? 그냥 중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면 되는 거 아냐?"
"너 진짜 모르는구나. 중국이랑 북한은 친구잖아. 만약 북한 애들이 중국 정부에 잡히면 중국은 당연히 그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겠지. 그리고 북송된 새터민은 결국 사형에 처해질 테고. 때문에 일단 중국을 빠져나가야 살 확률이 높아져."
"근데 중국에서 걸어서 캄보디아나 태국, 라오스로 가는 게 불가능한 거 아냐?"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거지. 이 코스는 너무 멀고 험해서 한국까지 오는데 최소 1년 반 이상이 걸린다고 들었어. 중간에 많이 죽기도 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출하는 거야. 그 정도로 북한은 살기가 쉽지 않은 나라니까."
"중국에서 북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가 없어서 정말 몰랐어."
"여기는 뉴질랜드니까 유튜브에 North Korea라고 쳐서 봐봐. 내 말이 진실인 걸 알 거야."
...
그렇다. 중국 언론에서는 북한에 관련된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이다. 석사까지 공부한 그녀조차 한국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이것이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점점 더 좁아지는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이것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알다시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그들이 아무리 빛을 막으려고 노력을 해도, 그것을 잠시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영원히 없앨 수는 없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