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이 나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 있을까? 30년 전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심지어 3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그때와 똑같은 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시대가 이렇게나 변했음에도 영어 공부법은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는 왜 단어, 문법, 독해에 목숨을 걸며 영어를 배우는 것일까? 우리는 왜 아직까지도 영어는 무조건 암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왜 영어는 언어가 아닌 엉덩이 힘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학습법으로 영어를 배운 우리들은 결국 어찌 되었나? 그렇다. 말은 한마디 못 하고, 읽고 쓰는 것만 가능한 인간이 된 것이다. 이 글로벌 세상에 말이다!
여행을 다니며 영어로 소통을 하면 할수록 이 지긋지긋한 학습법을 더욱 증오하게 되었다. 영어가 이렇게나 재미있는 언어인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왜 이렇게도 그것을 싫어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20대 때 결정을 내렸다. 미래의 내 자식에게는 영어를 과목으로 가르치지 않고, 세계인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가르치리라라고. 방법은 간단하다. 영어를 영어로 배우면서 언어로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듣기와 옹알이를 거쳐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이해하고 말하게 되듯 영어도 그렇게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나만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별거 없다. 초1부터 필리핀 선생님과 주 3회 화상영어하기와 Oxford Reding Tree(ORT) 꾸준히 읽기. 이 2개가 내 영어 공부법의 처음과 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단계별로 나만의 노하우가 있긴 하나, 그건 세심한 부분이지 메인이라 할 수 없다.
초3 초까지는 내 방법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너무나 확고하니 주위 엄마들도 꽤 많이 나를 따라 했을 정도이다. 내 조카들도 했었고, 둥이 베프들도 했었다. 그러나 초3 2학기가 되면서 슬슬 달라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화상영어는 input만 있고 output은 없으니 불안할 수밖에.
다시 말해 학원은 단어도 외우고 시험도 보기 때문에 결과를 알 수 있으나 위 방법은 뭔가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든달까. 그리하여 초3 2학기가 되자 엄마들이 하나둘씩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런저런 충고도 하기 시작했다.
애들 영어 학원에 보내야지 언제까지 화상만 시킬 거야? 단어 암기 시켜야 돼. 문법 중요하다 이제 문법 해야지. 독해집을 잘 풀어야 성적이 잘 나와. 지금처럼 하면 중학교 가서 성적이 안 나오니까 이제는 학원에 보내. 강남영어학원에 레벨테스트 봐봐 그래야 정확한 성적을 알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무슨 깡인지 레벨테스트도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둥이는 독해집을 풀거나 단어를 암기해 본 적이 없었기에 테스트를 보면 성적이 안 나올 게 뻔하니까. 그리고 성적이 안 나오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덧붙여 나의 목적은 영어라는 '언어'였지 성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더 흐른 후, 둥이가 1년간 뉴질랜드에 살다가 귀국한 올해 2월, 이제는 저들의 레벨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난생처음으로 강남의 유명 영어학원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다. 이미 동네 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곳이라 그곳은 레벨에 따라 6개의 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그 학원의 두 번째 반에 우리 동네에서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는 아이 2명이 다니고 있는 것도 알았다. 하나는 2년간 영어유치원을 다닌 후 강남에서 계속 달렸던 아이였고, 다른 아이는 초4까지 원어민 학원에서 배우다가 초5 때 캐나다에서 1년을 살다가 다시 돌아온 아이였다. 이렇게나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두 두 번째 반이니 첫 번째 반은 얼마나 넘사벽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둥이는 아마도 두 번째 아님 세 번째 반이지 않을까 싶었고, 이왕이면 두 번째 반이면 좋겠다고 살짝 기도를 했더랬다.
그런데 웬일인가. 예상치 못하게 둘 다 첫 번째 반으로 나온 것이다. 리턴키즈답지 않게 단어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때의 기분을 형용하자면, 뭐랄까.. 내 방법이 옳았었구나 하는 안도감? 나를 흔들었던 엄마들에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 지난 6년을 보상받는 느낌? 영어교육비를 남들보다 반 밖에 안 썼음에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기쁨? 아무튼 그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스쳤다.
그러면서 이 방법을 이제는 모두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도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고, 모두가 옳다고 하는 길이 아닌 나만의 오솔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하여 시작하는 브런치북이다. 이름하여 한나Kim's 영어 공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