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ford Reading Tree 학습법

'단계별 최소한의 스트레스로 최대한의 효과 내기.'

by 한나Kim

내가 둥이의 리딩서로 옥스퍼드리딩트리(ORT)를 선택한 이유는, 동네 이웃이나 중고딩 동창, 둥이 친구 등 주위에 ORT를 세트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이를 꾸준히 읽어주면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둥이가 초1에 들어갈 즈음 나는 ORT를 구입했다.


초심은 늘 열정이 넘쳐흐른다. 마치 새해에 1년 계획을 짜듯, 뭐든지 해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니! 이미 해낸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을 주문할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막상 무지막지하게 많은 양의 책이 집으로 도착하니 그 양에 압도되었다ㅠ 이거 읽어주다 세월이 다 가버릴 거 같은 느낌. 과연 내가 끝까지 읽어줄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이 들었다.


근성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사실 버거운 책이었다. 책 양을 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여 한 동안 구석에 처박아둘 정도였으니까ㅎ 그나마 돈을 허투루 쓰는 걸 아까워하는 편이라 책값이 아까워서 레벨 1, 2만 꺼내놓고 하루에 1~2권씩 읽어주었으니 다행이다.


1~2단계는 책의 반이 그림이고 짧은 한두 문장만 적혀 있어 한 권을 읽어주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단계까지 읽어주는 데 16개월이나 걸렸다. 하루에 한 권씩만 읽어도 넉넉히 6개월이면 끝낼 수 있는 양인데 말이다. ㅎㅎ


이렇듯 나는 엄마표 공부를 시킬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다. 일단 끈기와 근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별로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ORT를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아이들의 행복지수와 가성비집착을 한 덕이라 생각한다.


사설은 이쯤에서 마치고, 나만의 ORT 학습법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


1-2단계

1-2단계를 읽어주며 느꼈던 것은 짧은 문장이 반복되기에 한 권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문법이나 단어의 뉘앙스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단계에서 기억에 남는 책이 하나 있다.

"Look at me, Look at dad, Look at mom"처럼 반복되는 문장이었다. Look at me의 그림은 킥보드를 타는 아이였는데, 아이가 부모님한테 자기가 킥보드 타는 걸 보라는 말인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아빠의 그림과 Look at dad, 엄마의 그림과 Look at mom이 반복된다.


사실 1-2단계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 아닌, 자연스럽게 파닉스를 익히면서 언어의 뉘앙스를 인지시키는 단계라고 생각했기에 '읽기'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딱 2가지만 했다.


-리딩펜으로 들으면서 눈으로 읽기.

-엄마가 소리 내서 읽어주기.


* 참고

- ORT를 읽을 때는 한국어로 번역할 필요가 없다. 그림을 보면서 읽어주면 된다. 번역이 없으니 아이들이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과감히 버리고 읽기에만 집중하자. 자세한 이유는 '실컷 논 후 초1에 시작한 ABC'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안 본 분들은 읽어보길 추천한다.



1-2단계를 끝낸 후, 3단계를 읽을지 아니면 1단계를 다시 할지로 살짝 고민을 했었다. '진도 빼기의 유혹'이 있었지만 레벨을 올리기에는 아직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기에 다시 1단계로 돌아가 복습을 시켰다. 두 번째로 읽는 것이어서 그런지 하루에 2~4권씩 3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다.




3-4단계

ORT 3단계부터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귀로 듣고 따라 읽기를 추가했다.


-리딩펜으로 들으면서 눈으로 읽기

-리딩펜 발음 흉내 내며 따라 읽기

-엄마가 소리 내서 읽어주기


이렇게 3-4단계를 끝낸 후에도 5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3-4단계를 한 번씩 더 복습했다. 1-2단계 복습 효과를 톡톡히 봤기에 기초는 단단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참고

3단계인지 4단계 책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책에 'he was as fast as a cheetah'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을 보고 과연 둥이가 이 뜻을 알까 싶어서 물어봤더니 "응~ 치타처럼 빠르대"라고 답하는 걸 들은 후부터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읽기에만 집중했다. 아이들은 어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언어 이해력이 빠르다고 느꼈다.



3학년 말까지 3-4단계를 두 번 끝낸 후, 이제는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에 들어갔다. 바콜로드라고 하는 작은 도시에서 두 달을 살면서 아이들에게 매일 4시간씩 필리핀 선생님께 1:1로 수업을 받게 했다.




5-6단계

바콜로드에서 회화 실력이 많이 늘어서 왔기에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영어는, 공부가 아닌 '재미있는 언어'가 되었다. 때문에 영어 스트레스 지수를 조금 더 늘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ORT 5단계부터는 맛보기로 라이팅을 넣기 시작했다. 라이팅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따라 쓰게 하는 것이다.


-리딩펜으로 들으면서 눈으로 읽기

-리딩펜 발음 흉내 내며 따라 읽기

-엄마가 소리 내서 읽어주기

-책 한 권 당 두 문장씩 영어공책에 따라 쓰기


문장 따라 쓰기를 할 때부터 ORT를 하기 싫다고 입이 댓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어를 어찌 스트레스 없이 쉽게만 할 수 있겠는가. 이때부터 나는 '너네가 하기 싫다고 하면 영어학원에 보낼게'라고 겁박을 하면서 아이들을 이끌었다. 이게 아주 잘 먹혔음ㅋ


* 참고

영문장을 따라 적으면, 자연스럽게 문법과 스펠링을 익히기 때문에 이 자체가 라이팅 공부라 할 수 있다. 솔직히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책의 문장이나 문단을 따라 적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ORT로 라이팅의 맛만 본 후, 4학년 12월에 우리는 다시 한번 필리핀 바콜로드에 들어갔다. 그때의 목적은 본격적인 라이팅과 문법이었다.




7-9단계

두 달간 바콜로드에서 문법과 라이팅의 기초를 배우고 온 후, 5학년이 된 둥이에게 더 많은 양을 따라 쓰게 시켰다. 책마다 한 문장이 아닌, 한 문단을 쓰게 한 것이다.


-리딩펜으로 들으면서 눈으로 읽기

-리딩펜 발음 흉내 내며 따라 읽기

-내용이 길어짐에 따라 엄마가 읽어주기는 생략함

-책 한 권 당 한 문단 전체를 따라 쓰기


* 참고

문단 따라 쓰기를 충분히 한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라이팅 수업을 해도 좋다. 그러나 '서론-본론-결론'과 같은 학습적인 쓰기보다는, 내 마음대로 글쓰기/이야기 만들기 등으로 시작하는 게 아이들의 영어 효능감을 살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둥이는 영어 글쓰기에도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



지난 5년의 일을 글로 쓰고 보니 별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ㅎㅎ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아이들이 큰 스트레스 없이 잘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 방법이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러한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면 단어를 외우거나 독해 문제집을 풀지 못해 겪는 스트레스를 전혀 경험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영어에 대한 효능감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만의 ORT 학습법 이야기, 끝!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