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대한민국 축구 16강 진출 신화를 본 후, 늦은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워서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RM의 새 앨범 'Indigo'의 'Yun'이 윤형근 화백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았다는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 글에 담백하게 적혀있던 윤 화백의 내레이션을 읽자,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올라왔다.
인간의 본질,‘진’ ‘선’ ‘미’.
진실하다 ‘진’, 착할 ‘선’, 아름다울 ‘미’야.
근데 내 생각에는 ‘진’ 하나만 가지면 다 해결되는 거야.
내가 죽기까지 못할 거야.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거야.
그러려면 욕심도 다 버리고, 모든 욕심을 다 버려야 해.천진무구한 세계로 들어가야지.
그리고 난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거야.
그래도 죽을 때까정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은 해야지.그게 인간의 목적인 것 같아.
영혼을 울리는 인터뷰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에서 정말로 필요한 진실이 아닐까. 그리고 이 글을 읽자마자 저 내레이션에 너무 딱 맞는 분이 생각났다. 바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씨다.
윤 화백은 욕심을 다 버린 이를 '천진무구'라 칭했지만, 이 세상에는 이런 사람을 '모든 걸 다 걸고, 결국 나 자신을 잃은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는 이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라. 윤 화백이 말씀하셨듯, 끝까지 진실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렇게 믿는다.
천진무구의 세계에서 자신의 주관을 따라 뚜벅뚜벅 걸었던, 그래서 아무도 몰라줄 것 같았던 <요한, 씨돌, 용현>씨의 이야기가 결국, 그의 인간미에 반한 이큰별 PD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가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진실한 자가 더욱더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이 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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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연히 읽게 된 Yun 노래와 관련된 글이 나를 생각의 숲으로 이끌었고, 내 인생과 나의 가치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홀린 듯이 RM의 인터뷰를 보고, 또 그의 노래를 들었다.
RM이 뇌섹남 멤버일 때, 나는 그의 팬이었다. 어리지만 생각이 깊었고, 똑똑하지만 겸손했고, 또 그의 바르게 건강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랬던 RM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들었는데, 이전에 그저 밝고 자신감 있던 그의 모습보다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또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인 '남준'과 남들이 보고 평가하는 'RM' 사이의 괴리감으로 고뇌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7년 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달랐지만, 딱 하나 분명하게 같은 점이 있었다. 바로 한없이 진실된 모습이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타내는 모습. 뇌섹남에서 모두들 잘난 겉을 더 포장하기 바빴던 사람들 가운데, RM이 자기를 소개했을 때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저는 대학을 가지 않았습니다."
옛날 사람인 나는, '대학도 안 간 애가 어찌 뇌섹남에 나왔지?'라는 의문을 갖고 그를 봤더랬다. 부끄럽게도 색안경을 끼고 그를 지켜봤고, 나중에서야 그의 스펙으로 모두가 원하는 껍데기를 아주 쉽게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보이는 모습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자기의 본질로 당당하게 빛나고 있던 RM이었다. 모두가 자기의 스펙을 신나서 이야기해대는 그 불편한 자리에서 "대학을 가지 않았다."라고 전혀 위축됨이 없이 아주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진실된 모습, 그의 강하고도 부드러운 인간성에 나는 빠져들었다.
지금도 그는 같았다. 그는 노래에서 자신의 한없이 약한 모습과 고뇌를 꾸밈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모두들 보여주기에 초점이 맞혀진 이 껍데기 세상에서, 이미 세계 정상을 찍은 그는 여전히 변함없는 진실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화려하게 지는 불꽃을 동경한다 말하고, 모든 명예가 이젠 멍에가 됐음을 고백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나로 하게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진실되게 읊조리고 있다. 남들이 모두 가라고 하는 길보다는 여전히 허락되지 않은 꿈을 꾸며 자신만의 오솔길로 가고 싶음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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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진실된 나와 남들이 보는 나 사이에 괴리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10대, 20대 때 그랬다. 늘 밝고 유쾌했던 '남들이 보는 나'와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하고 늘 웃음으로 '감추고 살던 나'의 모습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나의 영혼이 너무 가난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실 내가 모태솔로일 수밖에 없던 이유가 그것이기도 하다. 밝고 건강한 나와 또 그걸 기대하고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나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줄 용기가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괴리감 때문에 늘 답답했던나는 20살이 되자,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세상을 여행하며, 참 나를 찾기 위해 방황을 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즐거워 보이는 내가 나인가, 아님 어두운 모습의 내가 나인가.라고 고뇌하며 말이다.
지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자학개그를 하며 남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도 나이고, 끊임없이 긍정적인 말로 남들을 위로하는 사람도 나이다. 또한 혼자만의 세상에서 고뇌하는 어두운 나도 나이다. 고뇌와 방황으로 얻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하여 나는 요즘 행복하다. 본연의 나와 보이는 나의 괴리감이 별거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두운 나를 남들에게한치의 꾸밈없이당당히 보여줄 수 있는 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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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에 취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고 고뇌하는 남준이를 응원한다. 꾸미지 않고 늘 진실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RM에게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낸다. 이 청년이 참 행복이 무엇인지 곧 알게 되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깨달음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우리 아들들이 남준군처럼 철학은 가진 인간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나 사이의 괴리감으로 너무 힘들었을 때 많은 위로를받았던 곡 하나를 첨부한다. 그때는 들으면서 참으로 절절했는데, 요즘 다시 들으니 좋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었다. 나도 성장했고 또 내 그릇도 커졌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20대의 나와는 다르게 세상의 이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아량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