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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의 기쁨

'세 남자가 1박 2일 캠프를 떠났다.'

by 한나Kim Mar 01. 2025

  둥이가 학교에서 예정된 1박 2일 캠프를 떠났다. 부모님들 중 봉사를 하고 싶은 분이 있으면 같이 와달라는 메시지에 남편도 신청해 지난 수요일 아침 7시 40분에 셋이서 집을 떠났다.

  

  평소처럼 점심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말에 새벽부터 일어나 남편 김밥 3줄, 둥이 각각 2줄씩 총 7줄을 싸서 담았다.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일쯤이야 뭐가 힘들겠수 ㅎㅎ


  3명이 나가자마자,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김밥거리를 치우고 집을 정리하기 시작. 청소기도 돌리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명상도 하고.. 1박 2일 동안 온전히 나 혼자라는 기쁨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날 To do list는 이랬다.


1. 집 치우기 ( V )

2. 청소기 돌리기 ( V )

3. 스트레칭 ( V )

4. 명상 ( V )

5. 베개, 인형, 이불 등 햇빛에 널기 ( V )

6. 빨래 ( V )

7. 괜찮은 일 찾아보고, 이력서 전송하기 ( V )

8. 커피숍 가서 노트북으로 일하기 ( V )

9. 브런치 글쓰기 ( X ) - 이것만 실패 -_-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ㅋ 신기한 게 나이가 들수록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남과 함께 있으면 재미는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의 에너지가 고갈됨이 느껴지면서 Me Time의 소중함이 더욱 각인된 것 같다


  뉴질랜드에 와서 '스트레칭-명상'이라는 나만의 하루 루틴을 만든 후, 마음속에서 나오는 은은한 행복감이 조금씩 더 짙어지는 중이다. 그냥 매사가 감사한 요즘이다. 바르고 순하게 크고 있는 아이들도 너무 고맙고, 지랄 맞은 아내를 늘 존중해 주는 남편도 고맙고, 낯선 곳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새로운 환경도 참 감사하다.


  비어있던 내 안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이번 주 초에 문득, '이제는 일을 찾아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혼자 있으니, 뭐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시간만 흐르다가 한국에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뉴질랜드에 있을 때 최대한 영어를 많이 쓸 수 있는 일을 해서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예전에 내가 업으로 했던 호텔 쪽으로 무작정 이력서를 넣었다.


  4성급 호텔에서 40대 중반 아줌마를 써줄까 싶긴 한데ㅎㅎ 뭐 연락이 없으면 다른 곳에 또 넣으면 되죠. 그곳에서도 연락 없으면 다른 일을 찾아보면 되고~


  예전부터 나의 최대 장점은 이런 긍정적인 태도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력서 100통을 넣었는데도 연락이 없다? 그럼 200통 넣어야지. 그래도 안되면 300통 넣지 뭐.' 이런 식이다. 40대가 되어서도 이 성격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줄이야 ㅎ


  이런 태도 덕분에

  나에게 다시 한번,

  봄이 오리라 믿는다.

  아직 나의 봄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기에 :)



  브런치에서 뉴질랜드에서 일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봄이여 다시 오라!!!




  다음날 아주 상쾌하게 일어나 테니스 수업을 받으러 갔다. 선생님이 'How are you?'라고 묻기에 애들이랑 남편이 어제 학교 캠프에 가서 나 혼자 있었어. 이 얼마만의 나 홀로 시간인지, 극도로 행복하다'라고 답을 해줬는데, 과연 26살 청년이 이 느낌이 뭔지 알 수 있을까?ㅎㅎ 나중에 너도 알게 될 끼다.


  오후 3시 반이 되어서야 다들 돌아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후 다시 만난 가족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가끔씩 이런 Me Time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것일 테지.


  다들 너무 재미있었다며, 돌고래도 봤고, 물범도 봤고, 스릴 있는 배도 고, 잠은 마오리족 동네에 있는 호텔에서 잤고, 밥도 너어무 맛있었다며, 이번 여행을 안 따라온 건 엄마의  실수였다고 난리가 났다. 들으면서 "아이고 아쉽네~ 나도 갈걸!" 했지만...


  내가 거길 왜 가니? 거기보다 혼자 집에 있는 게 천국이여. 니들이 뭘 알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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