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낮의 꿈

점심 산책

by HannaH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일요일.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뜬다.

하얀 침구 아래 내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켠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브런치 약속이 있다. 얼른 집을 나선다.


5분만 가면 있는 가게에서 만나기로 했다.

자전거가 놓인 쪽 창가에 앉아 조금 기다리니 친구가 온다.

기다리는 나를 보더니 함박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에 나는 행복하다.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린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동안 못다한 얘기를 나누면

이보다 더 완벽한 일요일 아침은 없지 싶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다.

전철역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꽃집에 들러 한아름 꽃을 산다.

꽃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아 집 한가운데 위치한 테이블 위에 둔다.


오늘은 마감이 있는 날이다.

대강의 아웃라인을 마련해 두었으니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먼저 에스프레소 머신에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데워 하얗고 큰 카푸치노 잔에 따른다.

그리고 계피 가루를 듬뿍 뿌린다.


꽃을 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타닥타닥 글을 써내려 간다.

타닥타닥타닥...




사실은 어느 평일 직장인의 상상이다.


낮 기온 36도에 달하던 여름의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점심 산책에 나섰다.


너무 덥지만, 회사 책상에 앉아 있고 싶은 맘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더위를 타지 않는 나에게도 오늘의 습한 더위는 힘들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도 고개를 들어보니 새로운 게 보였다.

빌딩 꼭대기에 큰 창문 하나가 있었다.

‘아, 저곳에 살면 좋겠다'로 시작해 상상이 시작된다.


더워서 잠시만 걷고 들어가려고 자주 가지 않던 곳으로 접어들었는데,

자전거가 놓인 귀여운 샌드위치 가게가 보였다.

‘여기서 친구랑 주말에 브런치 먹으면 좋겠다.’



이제 더워서 발길을 돌렸는데, 그 길에 예쁜 꽃집이 있다. 이곳에서 꽃을 사보고 싶다.


그 상상의 끝에 내 발걸음은 어느새 회사 앞이다.


저 글이 현실이 되는 것은 ‘when’의 문제일까, ‘if’의 문제일까?


텁텁한 한 여름 낮, 즐거운 상상을 마치고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

로그아웃하듯 출입증을 태그한다.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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