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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책장 Jun 09. 2020

브랜딩과 자기 철학, 나답게, 매니악하게, 대중적이게?

feat. 기록의 쓸모 (이승희)

모두에게 나를 인식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그저 나와 핏이 맞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닿으면 되는 것이다. (기록의 쓸모/ 이승희) p.96




나에게 가장 어려운 말은 '대중적으로'이다.
내가 대중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향이란 곧 안목의 검증'으로 이어지는 것만 같았던 십 대와 이십 대에는 '나답게 좋아하는 것, 내 취향적인 것'을 가지는 게 타인과 나의 구별점이라 생각하였기에 '나는 마이너적이라..' 하는 말에 약간의 자부심이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기획자로, 마케터로 일하면서부터는 '대중적으로'라는 말은 내게 미해결 난제 같았고 넘을 수없는 장벽 같았다.

특히 북 튜버가 되고 나서는 거의 지진 같은 번뇌를 통과해야 했다. 내가 정말 좋았던 것이 타인에게 공감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모든 게 다 막막하고 어려웠다.

잘 되는 사람들의 온갖 것들을 다 따라 해야 할까,
과연 저건 좋은 레퍼런스이긴 한 건가,
좋다면 나에겐 왜 이렇게 와 닿지 않은가,
모두를 설득시켜도 나는 설득을 못 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게 서로 피차일반이라 내 것도 대중에게 공감이 안 되는 것인가,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꾸엥..ㅠㅠ)

그럴 때마다 나는 결국 어떤 축으로 돌아오고 위안받게 되었는데, 그건 '매니악하게'였다.
내가 동경하고 닮고 싶은 브랜드들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
풍월당, 열화당, 안그라픽스, 워크룸 프레스의 작업 물들,
전혀 대중적이지 않지만 곤조대로 힘 있는 글을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리베카 솔닛과 이제 고인이 된 존 버거,
그리고 시선이 특별한 만큼 글도 정갈하고 깊어서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게 정말 특별한 사람 김현우 피디님,
프라이탁과 몽블랑, 그리고 자기다움으로 개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님들도.

그들은 '자기 철학'으로 '심'을 만들어가며,
취향과 안목의 폭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성전 같았다.
그리고 많은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았다.

'내가 원하는 게 이런 거야' 나는 대중의 사랑과 공감을 받는 작업 물들을 미해결 과제처럼 이고 가지 않기로 했다.
언제나 당신, 내가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바로 당신에게 가서 깊이 스며드는 기획을 하자고,
그리고 그 당신을 한 명 한 명 늘려가자고 다짐을 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 명에게 단 하나가 될 순 없어도 결이 맞는 한 명, 한 명을 늘려가자고, 그들과 단단하게 연대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자고.

'모두에게 나를 인식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그저 나와 핏이 맞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닿으면 되는 것이다.' p.96 말하는 이승희 마케터의 이야기에 너무나 공감했다.

사랑받는 브랜드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 철학, 메시지, 자기다움이 확고하다.
그런데 그 '다움'의 축이 어디서 출발하는지는 눈여겨볼 일이다.
나는 그들의 출발선이 '이걸 대중이 좋아해 줄까?'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기획 단계에서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고, 끝까지 붙잡고 가야 할 질문이다. 소비자를 위해 기획이 있고 소비자를 위해 결과물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균형'이다.
자기다움과 자기 철학, 그것을 어떤 메시지로 뾰족하게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만족으로 쓸모를 할 수 있는지 계속 질문하는 것.

나는 더 이상 '대중적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내 취향이 너무 마이너적인가?'로 자괴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SNS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전환율.
만 명의 좋아요를 받는 것보다, 단 열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내게 공감해주고 구매로 움직이게 하는 것.
혹은 구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마음에 어떤 울림이나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영감을 주는 것.
그렇게 한 명 한 명 공감 메이트를 늘려가는 것.
그것이 내가 나아갈 브랜딩이 아닐까?









모두에게 나를 인식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그저 나와 핏이 맞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닿으면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 역시 상당히 대중적이다.
다만 브랜드 철학이나 메시지가 전하는 자기다움이 확고하기에
'소수만 알고 싶은 브랜드'로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대중적으로 타기팅 할 것인가, 마니아적으로 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결국 어떤 메시지를 뾰족하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대중적으로 매니악하게) p.95/96


기록의 쓸모 (이승희) | 북스톤












#기록의쓸모 #이승희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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