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푸가 김진영 선생님의 또 하나의 이야기
해나책장 북리뷰
이별의 푸가는 지난 해 세상을 떠나신
김진영 선생님의 두 번째 산문집입니다.
이 책은 이별과 부재의 아픔을 담은 86편의 단편들로 구성됩니다.
이 책은 2017년 현대시학에 연재 된 부분과
선생님의 남겨진 원고로 묶인 책입니다.
아침의 피아노 속에 선생님의 문장을 기억하는 분들은
중간 중간 어떤 장면들에서
아침의 피아노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 마음이 울컥해 질 거에요.
이 책의 제목들은 짧은 사물과 감정의 단어들입니다.
읽다보니 모두 이별의 부재를 상징하는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곁을 떠난 선생님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슬프고 그리운 단어들이기도 했네요.
# 작가의 말
어린시절, 나만의 작은 골방이 있었다.
나는 자주 그 골방에서 슬픈 동요를 불렀다.
그러면 그리워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 눈물이 행복했다.
이 단상들은 모두가 그 골방에서 태어났다.
나만의 골방에서 부르던 슬픈 동요, 그리워서 흘렸던 눈물,
그 눈물 속에 행복했던 마음에 사랑이 들어옵니다.
사랑이 들어오고 사랑과 이별한 후 혹독하게 견뎌야 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빈 자리, 사랑의 부재입니다.
이 책은 그 부재에 오래 머무르며 한 편 한 편의 사색을 담아냅니다.
"당신의 부재 앞에서
나도 이제 그 사랑을 배운다. p.21"
이별의 푸가의 첫 꼭지는 [만남]입니다.
이 챕터 속에는 사랑이 시작 될 때와 이별을 예감할 때,
사랑이 떠난 후의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이별과 만나며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추억을 할 때마다 외로운 건
그렇게 굳게 닫힌 추억의 문 때문이다. p.34"
이별의 푸가는 사랑의 부재 앞에서 배우는 사랑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 사랑은 진행되는 사랑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랑의 부재가 준 추억에는 현재가 없습니다.
그 사랑 속에는 지금의 나와 지금의 당신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추억 속에는 사랑하던 시절의 나와
그 시절의 당신만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참 슬픈 이야기죠?
사랑하는 이가 떠난 자리에는 두 존재가 남습니다.
홀로 남겨진 나와 내가 만든 너.
모두가 사랑하는 이에게 소속 되었으나
지금은 떠나간 연인에게 버려진 두 존재.
그 두 존재를 안아주는 건 나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듬어 주는 사랑이 이별 후에 이어집니다.
"나는 나처럼 외로운 너를, 내가 만든 너를 꼭 껴안는다.
내가 만든 너도 나를 꼭 안아준다.
그렇게 너와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네가 떠난 뒤에는....(포옹) p.50"
제게 아침의 피아노와 이별의 푸가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진건 작가의 주체적인 마음이었습니다.
병과 이별은 예정하고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친절하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재앙은 우리의 일상과 정신을 파괴하려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죽음 앞에서도, 이별 앞에서도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껴안는 주체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작가의 마음과 의지가 느껴질 때
저는 책을 읽다 마음이 먹먹해서 많이 멈췄습니다.
그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매순간 좌절하며 결심하길 반복해야 하는 일이란 걸
우리는 알겁니다.
죽음을 향해서도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향해서도
원망하는 마음과 통곡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지 않았던 사람.
그러면서도 나약하지 않고 주체적인 마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
우리는 이별의 푸가를 통해 떠나신 김진영 선생님의
성숙하고 강인한 마음을 만납니다.
"그런데 천사의 겨드랑에는
빛나는 날개가 달려 있다.
실현될 수 없어도, 아니 실현될 수 없으므로 빛나는 날개,
그것이 희망이다.
나는 약속을 꼭 껴안는다.
희망을 꼭 껴안는다.
그러면서 날개를 파닥인다.
기적은 사라져도 날개는 남는다.
연이 사라져도 실 끝은 남고
실마저 사라져도 손의 흔적은 남듯이.
있었던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 흔적을 꼭 붙든다. (약속)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