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내가 귀 기울이고 감탄하면서 듣게 되는 사람의 말속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겸손함, 정직함, 명쾌함
[책읽아웃]의 운영자이자 카피라이터 김하나 작가님은
입말도 글맛도 진솔하고 좋은 분이다. 그녀의 최근 에세이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JlQxtgmAXA
책의 구성 소개
잘 말하기 위해 잘 듣기
장점 찾아내고 매혹을 주기
이 책이 제시하는 말하기의 스킬들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이 책의 카피이다.
제대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소통과 연결'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정확하게 '연결'되는 것이라고.
그런 경험은 언제나 시원하고 유익하다.
이 책은 김하나 작가가 일과 관계에서 '그 순간'을 쌓아간 시간들을 자유롭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인생은 레벨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라 생각하는 작가는
화분에서 숲으로 나아가 경험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내성적인 저자가 안 해봤던 모임들을 주도하고 모임 멤버들의 권유에 쫓아다니며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동안
그녀의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안 해봤던 분야에 멋진 우주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사람마다 저마다의 미덕과 흥미롭고 반짝이는 부분이 있음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이 책은 화분에서 숲으로 나아간 작가가 그 과정에서 경험하며 체득한 말하기에 대한 사색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저자가 생각하는 잘 말하기는 '듣기 80, 말하기 20의 비율'이다.
잘 들어야 서로 대화하는 '그 순간'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을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한다. (이런 사람 주변에 꼭 있다)
에너지 뱀파이어란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뺏아 자기 기력을 채우는 사람이다.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대화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이들은 자기의 말하기에만 관심 있고 듣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런 사람들과는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만나고 돌아오면 에너지를 다 빨려버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몹시 피곤하다. 그래서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한다.
우리 인간적으로 에너지 뱀파이어는 되지 말자..
잘 말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하고 상대방의 의도에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자기 얘기에만 관심이 있고, 다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자기가 원하는 수준으로 반응해 주지 않는다고
불쾌함을 마구 드러내고, 상대방의 말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과 무슨 얘길 진솔하게 할 수 있겠는가?
잘 들어줘도 상대방은 마음속 청량감을 느끼고 당신에게 호의를 가질 것이다.
경청과 공감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저자는 장점 찾아내기를 좋아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상대방의 관심사와 원트를 겨냥해서 메시지를 쏘아야 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서로 간의 좋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저자는 또한 진정한 설득의 기술은 매혹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예로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속 코너인 '삼천포 책방'과 책읽아웃을 들 수 있다.
아무도 책을 사라고 하지 않지만 실컷 재미있게 책에 대한 수다를 떨고 나면
판매율이 올라가 있는 것이 책읽아웃의 영업비밀이라고.
이건 내가 증인인데 요즘에 독서가 에세이로 너무 편중되는 게 싫어서
신간 에세이들을 구매를 잘 안 하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책읽아웃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계속 책을 넣고 있다. (최근에 책읽아웃 듣다가 이랑 작가의 신간을 샀다 ㅋㅋ)
하나, 잠깐 멈춤의 기술
말의 매력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잠깐 멈춤'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 있게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말을 이어가고,
어디서 잠깐 끊어가는지에 대한 감이 탁월하다.
강조점 앞에서 잠깐 멈추는 것은 대화의 집중력을 높이고 매력적이고 힘 있게 들린다.
이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문장 구조를 잘 이해하는 능력, 본능적인 타이밍 감각, 그리고 의식적인 노력이다.
둘, 쪼없이 정중하고 정성껏 말하기
'쪼'는 익숙하고 상투적인 패턴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개성은 약해지고 지루해진다.
라디오의 고정적인 오프닝 멘트와 협찬 안내 멘트 같은 게 여기에 속한다. 자연스럽고 정중하게 정성껏 말하는 것은 그 사람 특유의 개성을 만들고 '쪼'를 없애준다.
셋, 말하기 도구 마인드맵
저자는 말하기를 하기 전에 정리할 때 마인드맵을 많이 활용한다.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마인드맵을 활용하게 되었다.
마인드맵이란 주제어를 중심으로 나뭇가지를 늘려가는 거다.
의식의 흐름대로, 주제별로 분류하며 마인드맵을 채워 가다 보면
빠진 부분을 채우고, 중복되는 부분을 교정하고 깔끔하게 글을 쓰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해보세요. 정말 도움 많이 됩니다)
이것을 자주 활용하다 보면 구조화, 개념화에 탁월해진다.
나도 기획을 할 때는 이 마인드맵부터 그려서 포스트잇을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중복 없이 필요한 모든 메시지들을 출력해낸다.
구조화 개념화만 잘 출력하면 거진 다 한 거다. 그러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을 명쾌하고 정갈하게 표현할 수 있다.
넷,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저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부분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말 길게 하는 거나, 궁색한 게 싫고 구차해서 그냥 입을 다물고 마는 사람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여러 부분에서 '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업무 성과나 성취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는다. (바로 나다)
결과물이 있으니 당연히 알겠거니 생각하는 것.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정말 안 된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에서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원하는 바와 서운한 바를,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감정을 싣지 않고 예의를 갖춰서 말하는 것.
이렇게 작가는 잘 말하기 위해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잘 듣기 위해서는 대화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라고,
장점을 발견하고 열린 마음으로 들으라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기술들을 훈련하라고 이야기한다.
읽고 나면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 열린 마음이 [말하기를 말하기]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혀갈수록 나의 세계관은 넓어지고 나의 대화의 깊이와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책 읽아웃을 듣다 보면 김하나 작가님의 역량에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다. (저의 롤모델이 되어주세요)
그것은 대화를 이어갈 때의 위트에서도, 이어가며 보여주는 다른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사랑해요)
결국 자신이 쌓은 스펙트럼이 그 사람 특유의 매력과 아우라를 만드는 거다.
이 책이 궁금한 분들에겐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함께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책에서 다루는 김하나 작가님의 텍스트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실물 교재가 되어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무척 재미있다)
항상 '인생은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믿는데,
옛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레벨 업한 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예전의 나로부터 지금의 나까지를 모두 다 품은 내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더 넓어진 나야말로 더 나아진 나일지도 모른다. (배역과 진짜) p.30/31
해나의 한 줄 요약 : 스펙트럼을 넓히고 경청하여 듣는 것이 말하기의 말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