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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어느 독립서점의 아름다운 이야기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by 해나책장

이 책은 빈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페트라 하르틀리프의 에세이이다.


어느 날 빈에 사는 친구네 놀러 간 부부는

그 마을의 작은 서점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에

장난처럼 응찰 가격을 써냈다가 덜컥 입찰이 된다.

그렇게 문학비평가인 주인공과 대형 출판사에 다니는 남편은

빈의 작은 마을의 서점을 인수하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업 허가증을 받고 은행 보증을 받고

서점 오픈 준비를 하고 서점을 시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직원이 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책을 사랑하고 열정이 있고 오래 함께 일하게 된다.


장난처럼 시작한 이들의 서점 운영이 점점 본격적이 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가다가 2호점을 내고,

대형 서점과 아마존과의 경쟁 속의 위기를

나름의 방법으로 맞서가며 하루하루 서점지기의 일상을 살아낸다.


이 책은 평론가 출신 작가의 해학적인 입담 덕에 읽는 내내 재미있고 유쾌했다.


이 책이 좋았던 첫 번째 점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풍경 속에 내내 함께 있던 서점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자라 가면서 해리포터 시리즈, 에라곤 시리즈,

퍼시잭슨 시리즈 전권을 섭렵하고 빅토르 위고를 읽는다.

저자는 잠옷 바람으로 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세 아이의 모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리고 아이들은 책벌레로 자란다.

아이들이 서점에서 자란 걸 자랑스러워한다는 게 너무 보기 좋았다.


둘째는 책방지기로서의 긍지이다.


이들은 주당 60시간을 일하며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아 늘 피곤해한다.

책은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들을 압도한다. (내 얘기인 줄...)

하지만 그들은 책을 사랑하기에 자신들의 일을 사랑하고 긍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제품을 판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셋째는 서점의 풍경이다.


애서가들이 동경할 서점의 풍경이 가득 그려진다.

책으로 둘러싸인 모습과 마을 사람들과의 연대, 북콘서트와 낭독회 준비,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뭉클한 감동들이 있다.


넷째는 서점이 보존되길 바라는 바람이 좋았다.


저자는 아이가 멋진 직업을 맛본 후에 혹시 서점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서점이 없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 서점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은 꼭 마을 서점에 가서 사고, 함께 연대하고,

지키려 하고 하는 모습들이 이 서점을 보존하고 있다.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있고 자본주의 속에서 대형서점에 맞춰 계속 싸워가야 하는 게 독립서점들의 과제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미래일기'를 생각했다.

나는 불안할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일기를 쓰는데 그러면 꼭 그 일이 진짜 나의 미래가 될 것 같고 불안이 잦아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모습이 우리 서점들의 미래 일기였으면 좋겠다.



이 책은 2015년에 발행되었고 빈의 문화와 시민들의 연대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샘플이라 현재 우리나라의 독립서점들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 속에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이 책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서점지기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마을 서점을 소중히 여기고 책과 지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우러져서 나올 수 있는 하모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고, 마을의 독립서점이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책과 독립서점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Qvvf4JYq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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