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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작품을 공부하며 | 해나의 기획노트

빈옷장, 진정한 장소 (아니에르노) | 1984 Books

by 해나책장

지난 6월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을 시작으로 진정한 장소를 읽었다.

지금은 조금 더 공부하고 싶어 그녀의 부모님에 대한 자전 소설 남자의 자리와 한 여자를 읽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삶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녀의 세상은 릴본의 작은 마을과 상점이 전부다.

그래서 자신의 말투, 부모님의 생활에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립학교에 입학한 후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고

매너, 지성, 고급한 취향과 문화 속에서 자란 부르주아 학우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녀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지며 자신의 환경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최초의 경험이라는 것,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기에 겪은 일이라는 것이

그녀의 삶에 깊은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그녀는 이 모든 충돌이 폭력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 속에 있을 때면 부모님이 부끄럽다.

그녀는 그들의 삶처럼 살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다르다는 느낌과 폭력적인 선입견 속에 단죄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것이 그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고, 그 고립된 두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균형을 터득하게 만든다.


이후 그녀는 학업을 통해 계속해서 사회적 이동을 겪는다.

가난하고 못 배운 가정에서 고급 교육을 받는 학생으로,

교사로, 작가로 계속해서 성장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삶에는 어린 시절의 흔적들이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고독하게 자라나는 동안 문학과 글쓰기를 도피처 삼아 이루어 낸

독특한 세계관은 그녀의 고유한 개성과 깊이를 만들어낸다.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 없고, 날것의 표현으로 찌르듯이 말해도 결코 천박하지 않다.

그 모든 과정들을 따라갈 수 있는 자전 소설이기에

[빈 옷장]과 [진정한 장소]는 내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

어린 시절의 상처, 사람의 고립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

자기 부인과 자기 확신, 자기 연민과 우월함,

여성으로서를 넘어 한 개인으로서의 정치적인 자신의 목소리.

왜 그녀는 그런 사람이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겨냥하는 칼끝에서

나의 세계가 성장하고 다져질 때 겪었던 분리와 단절, 고립과 성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니 에르노는 쉽지 않은 작가이고 쉽게 요약할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사람이다.

내가 공부한 아니 에르노가 그녀의 세계를 탐험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제작한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aAtOv-sS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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