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인문학
인문학으로 돌아가야 할 때
AI와 공존하게 되고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되며
유통과 산업의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다.
개인의 코어콘텐츠와 유연성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각자의 경쟁력은 기획력과 생각하는 힘에서 오기에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했다.
기획을 하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내겐 계속해서 깊이와 폭을 늘려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예술사, 철학, 역사, 과학에 대해 연대별 정리를 목표로
요즘 기초 학문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철학과 기초 인문학 입문서인 책을 협찬받아서
해나책장 구독자분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읽어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9l-5e7DIv0Y
책의 구성
이 책은 프랑스의 중등 과정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함께 풀어보고자 기획된 책이다.
프랑스 기초 인문학의 상징인 프랑스 바칼로레아 기출문제 50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기반이 되는 지식을 사유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자 했다.
이 책은 인간, 생각, 윤리, 정치와 권리, 과학과 예술이라는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세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잘 반영된 셈이다.
이 책은 각 주제들을 세 가지 단계로 읽어나간다.
STEP 1 바칼로레아 질문 읽기
STEP 2 인문학 지식 쌓기
STEP 3 나에 대해 알아가기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바칼로레아 기출문제에서 질문을 가져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깊이 있고 공신력 있는 질문들로 구성된다.
쉽게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어서 저 같은 철학 입문자들에겐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
다만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한 이들은 굳이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입문용이기 때문에 하나의 이론이나 사상을 깊이 있게 파고들진 않는다.
그리고 STEP 3의 '나에 대해 알아가기' 부분은 글쓰기나 그룹 스터디 토론 주제로도 좋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
나는 철학에 대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철학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책을 읽으며 구체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사상과 개념이 리스트업 되었다.
50개의 질문을 따라가며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이론들에 대해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쉽게 스토 리텔링해 주기 때문에 나 같은 철학 무지렁이들에겐 (ㅋㅋ) 말랑말랑하게 입문할 수 있는 레퍼런스로 좋다.
철학이 주는 건 깊이와 사고의 확장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의 통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더 넓은 시야와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근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니체와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꿈은 필요할까?
_직업이 아닌 이상으로서의 꿈을 중시한 니체
이 꼭지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우리에게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 과연 필요할까?
이 질문과 관련해 우리는 꿈의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꿈은 개인의 의지와 사회의 구조가 모두 충족되어야 실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는데도 개인의 꿈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사회가 부여한 의무와 역할을 다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꿈이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죽어 있는 사회나 마찬가지이다.
니체는 꿈과 희망을 '영혼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을 하찮게 여기지 않기 위해
결코 이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꿈이든 꿈을 꿀 자유가 보장될 때
우리와 우리 사회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질문한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런 식으로 꿈은 필요할까?라는 바칼로레아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니체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인생의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_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고 한 비트겐슈타인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비트겐슈타인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군에 자원입대한다.
이 전쟁에서 그는 이탈리아군의 포로가 되어 1년 가까이 포로수용소에 수감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의 전기 철학을 대표하는 책 <<논리철학 논고>>를 완성한다.
그는 이 책에서 언어는 세계에 대한 그림과 같다는 '그림 이론'을 주장한다.
언어가 마치 모형처럼 세계와 대응하고 있어서
어떤 사태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을 언어로 설명한 명제가 참이 되는 것.
이 언어와 세계의 구조는 논리적으로 동일하며
언어는 세계를 그림처럼 묘사한다는 주장이다.
이 명제에 따르면 기존 철학이 다룬 신이 나, 자아, 도덕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주제 등은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이런 것들은 이 세상에 없는 것, 다시 말해 언어를 초월한 것들이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신, 자아, 도덕처럼 언어를 초월할 것들을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그 후 <<철학적 탐구>>라는 책에서
이와 같은 자신의 주장을 자아비판한다.
이 책에 따르면 언어는 세상의 무엇을 가리킴으로써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망치는 못을 박거나 빼는 데 사용되면 도구가 되고
데생의 대상이 될 땐 모델이 되듯이 이 망치의 의미가 달라지는 데
언어가 의미 있는 이유는 무엇을 지칭해서가 아니라
이 언어가 사용되는 다양한 삶의 양식에 내재된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정확히 아는 것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고 말한다.
뭘 이렇게 복잡하게 구분하고 정의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상이 어떤 정의를 입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게 되고
흑백의 정답의 오류에서 벗어나
넓은 관점으로 사유하는 훈련이 될 때 사람에겐 깊이와 폭이 생긴다.
그래서 철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사유하는 것은
많은 공부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꼭지는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비트겐슈타인이 언어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 간 과정을 설명한 후 다시 질문한다.
'나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나요?'
해나의 한 줄 요약:
좋은 질문이
교양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