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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사계를 덮으며

feat. 왓차플레이 다큐멘터리 with 틸다스윈튼

by 해나책장


기록하며 보느라 조금씩 끊어보던 존버거의 사계를 연휴 첫날에 완주했다.
이 작품은 존버거를 틸다스윈튼, 콜린 맥케이브, 크리스토퍼 로스 등이 5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이다.
네 편의 단편 에세이로 구성되며 버거의 작품 속 아이디어와 모티프를 결합하여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된다.

WAYS OF LISTENING
SPRING
A SONG FOR POLITICS
HARVEST

영화 내내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그의 눈빛을 볼 수 있다.
30년의 차이를 두고 같은 날에 태어난 벗 틸다 스윈튼이 중간중간 존의 작품 속 문장들을 읽어주는데
그 음색이 차분하고 진중해서 작품성을 더한다. 내가 들은 최고의 낭독이다.

존의 저서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시간과 연속성은 영화의 흐름을 연결한다.
공통 언어가 부재해 침묵으로 인간으로부터 구분되고 배제된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존재에 대해,
산문의 어휘가 신뢰성을 잃어 작가들에게 현대의 이야기가 부재한 시대에, 반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의 언어는 노래로 번역되고 공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정치적인 공간에서의 예술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사별한 아내 비벌리를 떠나보낸 그가 '시간 속에 죽음이 관여하지만 자식을 통해 수직적인 연속성을 이룬다'라고 말할 때 다음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고찰하게 되기도 했다.

내가 아는 존 버거는 급진적이고 민주적인 인본주의자.
예술과 철학과 정치와 문화 다방면으로 목소리를 내던 사람.
시간과 공간과 경계를 넘어서 이어지는 세계의 확장성에 자신의 주장의 이유를 담아내던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존 버거의 문장을 좋아하면서도
그가 영향을 받은 기원을 추적해보려는 생각을 미처 못했었다.
이 작품을 대하며 내가 그동안 좋아했던 그의 문장의 뿌리들이 어떤 시대적 배경과 철학적 이론의 바탕을 두었는지 추적해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의 뿌리를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
그의 깊이와 문장을 좋아해 주관적으로 읽어왔던 존 버거의 작품들을, 존 버거의 의도와 시대상 속에서 다시 제대로 읽어봐야 할 필요를 느낀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작은 제7의 인간과 스피노자가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눈으로 해결책을 찾아.
그럼 문제없을 거야." (오토바이 타는 법을 가르쳐 주며)

추신 : 최근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읽고 틸다 스윈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단단한 자신의 견해와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을 가진 사람이다.
이 다큐의 해설자로서의 그녀의 내레이션을 들으면 틸다 스윈튼의 깊이 있고 성숙한 인사이트를 마주하게 된다. 이 또한 이 작품의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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