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덮으며
해나의 책장을 덮으며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에는 겨울에 말을 타고 언 강 위를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듬해 봄에 강이 풀리고 나자 그곳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우리가 잃었던 목소리가 그 강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할 만큼 좋았다.
사랑하는 것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그리움과 슬픔이, 온 우주보다 큰 마음이라는 걸,
당신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 만난 모든 소소한 고단함과 아름다움이 합쳐져 충만해지는 마음이 산책과 시가 된다는 걸,
'행복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눈멀고 손가락을 잃은 어느 할머니가 불러주던 노래와 그것을 듣는 나, 그리고 우리 사이에 얽힌 마주 잡은 손 위에 가만히 내려앉는 것이라는 멋진 대답이 있음을 이 책을 보며 알았다.
한 편 한 편을 굉장히 정성껏 지어낸 글을 만나며 내가 건너온 여러 시절들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겨울의 마음으로 겨울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건 서른의 절반이 넘어가면서였다.
환대와 고독이 파도처럼 오고 또 가는 게 인생이란 걸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겨울과 바람을 편안히 맞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무탈함이란 나를 향한, 나를 둘러싼 세상에 다정한 마음을 잃지 않는 걸 거다.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은 그런 무탈함을 존중하는 책이어서 얼었던 강이 녹을 때 그 길을 달리던 말발굽 소리를 정말로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성껏 성실하게 지은 글을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과장이 아니라 읽는 모든 꼭지가 좋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에 강아솔 님의 [눈 내린 새벽]이 있다.
눈 내린 새벽 하얀 눈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이의 무탈함을 바라는 노래이다.
이 책은 그 노래 같은 글이다.
그리고 나 역시 겨울을 아주 좋아한다.
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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