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지나 봄 오듯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김홍도의 평안 감사 향연도를 통해 어려운 시절을 지나 봄날 같은 행복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회.
국립 중앙 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4월 4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입니다.
@nationalmuseumofkorea
https://www.youtube.com/watch?v=gqGHtwlZoS0
[한 겨울 지나 봄 오듯] 전시는 1부 세한과 2부 평안. 총 2부로 구성된다.
세한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평안은 봄날에 열린 잔치를 그린 김홍도의 평안감사도를 담아낸다.
'세한은 설 전후의 가장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로 인생의 시련이나 고난에 비유되기도 한다.'
55세에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가 자택 감금형에 처해진 추사 김정희 (1786 정조 10년 - 1856 철종 7년).
추운 날씨와 질병, 목숨의 위험과 고독 가운데 그는 유배 생활을 이어간다.
진경 시대의 세계화에 성공한 예술가이자 북학 사상을 본궤도에 진입시킨 장본인. 왕실의 내척으로 태어나 부유한 환경과 명석한 지성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불어닥친 추운 계절은 어떠했을까.
장 줄리앙 푸스의 [세한의 시간]이란 7분짜리 영상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제주도의 외진 곳을 촬영하며 거칠지만 시적이고, 척박하지만 비옥한 자연의 양면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_장 줄리앙 푸스
잦은 질병과 추운 날씨, 유배 중 듣게 된 아내의 죽음은 그의 정신을 고통스럽게 옥죄고 그는 언제 끝날지 모를 시간들 속에 깊은 좌절과 무력감을 앓았을 것이다.
그런 그를 위로한 건 역관 제자 이상적(1804-1865). 그는 역관으로 중국을 열두 차례 오가며 북경 학계의 소식과 최신 서적을 스승에게 전했다.
추사는 상적이 보내주는 책 속에서 학문과 예술의 근원을 찾으며 위안을 얻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끈 떨어진 갓처럼 권력을 잃은 스승에게 극진한 마음과 정성으로 마음을 전하며 위로와 격려를 줬던 제자 상적.
추사는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세한도]를 그린다.
'공자께서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본래 사계절 없이 시들지 않는 나무입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이전에도 소나무와 측백나무요, 추위가 닥친 후에도 똑같은 소나무와 측백나무인데,
성인께서는 특별히 날씨가 추워진 뒤에 칭찬하셨습니다.
지금 그대는 나에게 귀양 이전이라고 더 해준 것이 없고, 귀양 이후라고 덜 해준 것이 없습니다.
성인께서 특별히 칭찬하신 것은 시들지 않는 곧은 지조와 굳센 절개 때문만이 아니니
추운 계절이라는 그 시기에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_추사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시들지 않는 곧은 지조와 절개를 특별히 느끼게 했던 시절을 알기에 논어의 구절을 생각하며 세한도를 그렸을 추사의 마음이 그림 속에 가득 담겨 있다.
매서운 세한의 시기에 푸르른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마음이, 스승을 붙들어 주던 극진하고 정성 어린 제자의 마음이,
고독과 절망에 사무치는 가운데 작은 등불을 밝히며 읽고 또 읽었을 추사의 시간이,
매운 계절 속에서도 난처럼 고고하고 소나무처럼 굳건한 정신을 이어갈 다짐을 했을 결심이 이 작은 그림 속에 구석구석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추운 계절을 지나야 했던 2020년.
이 시기를 위로하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동트기 직전의 어둠은 칠흑 같고 가장 서늘하다.
그리고 곧 아침이 온다.
세한이 지나면 여지없이 봄이 온다.
제주에서 보낸 추사의 시간은 우리에게 세한도와 같은 걸작을 남겼다.
그리고 세한의 추위는 전시의 2부 평안의 봄으로 이어진다.
평안 감사의 부임일 평안도의 잔치를 기록한 그림 3점이 소장되어 있다.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의 그림들을 통해 고도의 정밀함과 세밀함으로 그려진 풍요로운 시절의 축제를 맞이할 수 있다.
전시를 보며 '인생'이란 단어를 생각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추위와 절망도 어느 순간 과거가 되어 버리고, 기다렸던 봄은 짧다.
그러나 어느 시절의 마음과 이야기들은 남는다.
추운 계절을 대비해 추사가 보낸 세한을 마음에 새긴다.
이상적의 헌신도 차곡차곡 담아둔다.
어느 시절 나에겐 이상적이 있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이상적이 되어 주었는지 가만히 더듬어 본다.
"한 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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