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을 꺼내보는 그리움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
계절은 지나가지만
어느 시절을 마음에 간직하고 떠나갈 수 있다면 그건 선물 같은 일일 거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모든 장면들이 필름 카메라 속 사진처럼 아름답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마주 보는 장면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각각 바라보던 장면들.
그리고 또 하나는 두 사람이 우산을 같이 쓰던 장면이다.
정원의 마음이 그날에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아서.
직관적인 표현들을 듣는 것, 보는 것, 당하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내게 8월의 크리스마스는 밤사이 조용히 내려 소복이 쌓인 첫눈을 마주하는 아침처럼 편안하고 그래서 마음에 오래 머무는 영화다.
오래된 사진을 들춰보고 오래된 노래를 들을 때 마음에 스미는 그리움이 있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우들도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우들도 이젠 중년을 넘어섰는데 나는 어릴 때보다 지금 다시 보는 이 영화들이 더 깊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