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쥬드 프라이데이) | 예담
지쳐서 활자를 읽는 것도 질릴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소재가 좋고 편안한 옷을 입고 좋아하는 향을 뿌리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걷는다.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산책과 걷는 것은 나에게 가장 익숙한 위안이며 성실한 내일을 위한 의지이다.
쥬드 프라이데이의 [길에서 만나다]는 내게 그런 산책 같았다.
이 책에는 하지 못한 말, 듣지 못한 말, 마무리하지 못한 이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꿈, 긴 기다림 등이 등장한다.
그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서울의 골목을 구석구석 걸으며 고군분투했던 인물들의 열정과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이 수채화 같은 그림 속에 잔잔하게 담겨있다.
이 책의 작가 쥬드 프라이데이는 '힘들 때마다 걸었던 길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게 되었을 때 서울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알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만도 한 게 이 책에서 인물들이 서울의 골목골목을 걷는 동안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그 시간 속에는 매듭짓지 못한 인연, 이루지 못한 꿈, 말하지 못한 마음 같은 것들이 굉장히 섬세하게 담겨있다.
각각의 인물들의 치열하고 고독한 마음들이 잔잔하게 표현되는 걸 읽고 있으면 내가 지나온 비슷한 시간들이 그 거리에 있는 것 같아서 자주 멈췄고 매번 뭉클했다.
한 끼를 잘 차려 먹는 것, 매일 산책을 하는 것, 사진이나 그림, 글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
그런 일들이 내 하루에 있다는 건 일상을 잘 가꾸어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바쁜 일상에 지쳐서 휴식과 산책이 필요한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눈물나게 좋아서 나는 휴식기에 읽고 또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