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드나잇 인 루브르, 꿈결같은 시간 용기를 얻다

feat. 천년의 날개, 백년의 꿈(다니구치 지로) | 열화당

by 해나책장


추억의 다른 이름이 담대함이 될 수 있도록, 가장 무력했던 날들에도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고 누군가는 혹은 풍경은 시간의 증인이 되어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보존되고 전해질 때 용기를 얻는 이가 있고 그 이야기는 다시 그에게 추억이 된다.

그래서 지키고 보존하고 싶은 것은 작품일 수도 있지만 그 속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다시 용기가 되고, 용기가 그 위에 얹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추억이 되는 그런 이야기.


루브르 박물관이 지켜내고 싶었던 것들을 다니구치 지로라는 대가의 시선이 담아낼 때 그것은 나에게 와서 용기가 되었다.

그 용기는 다시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잠을 잘 수 없는 날이었고 그 새벽에 읽던 책. [천년의 날개 백년의 고독]의 주인공은 루브르 박물관을 거닐다 시공간을 넘어 다른 시공간의 루브르를 보게 된다.

카미유 코로와 반고흐를, 그 시절에 루브르를 스쳐간 일본 작가 아사이 주와 하야시 후미코를,

2차 세계 대전 당시 루브르의 작품을 대피시키던 프랑스 국립박물관 부국장 자크 조자르의 용기를,

그리고 그 꿈길의 끝자락에서 가장 보고싶었던 단 한 사람, 사별한 아내를 마주한다.


[천년의 날개 백년의 꿈] 속 닷새간의 여행은 주인공의 바램과 열망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여정이 된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수호자들이 살고 있었다.

작품과 그 속에 깃든 이야기들의 증인이 되어 루브르를 지켜 간다.

책을 덮으며 눈부신 햇살을 밟으며 당신따라 꿈길을 걷고 싶었다던 노래말을 떠올려본다.

보존 된 이야기들이 용기가 되고, 용기가 그 위에 얹어져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일.

돌아볼 때 그 용기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도록 지켜가고 싶은 서사가 우리에겐 많다.


잠을 잘 수 없어 읽었던 책, 새벽 세시에 새벽 네시에 이야기 속에선 주인공이 꿈을 꾸고 용기를 얻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의 불면 중의 일이다.

다니구치 지로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만큼의 밀도와 깊이만큼 감동을 준다.

천재적인 면과 따뜻한 시선을 겸비할 수 있다는 게 부럽고 존경스럽다. 무엇보다 나는 그의 따뜻한 그림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읽는 족족 아끼는 책이 되어버리고 이 책은 조금 더 그럴 것 같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불면의 시기를 추억할 때 이 책 생각날 것 같다.


@hannahbookshelf

#해나의책장을덮으며

keyword
해나책장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구독자 261
매거진의 이전글어떤 시간은 산책처럼 흘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