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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사진으로 담아낸 부모님의 배웅

사진집 디에나 다이크만의 Leaving and waving

by 해나책장

어리지도, 많이 늙지도 않은 사십 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이가 되자 '인생'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면 마음이 복잡해지곤 했다.
부모님이 이전처럼 젊지 않으시고, 벌써 열여섯 살이 된 나의 반려 고양이와도 이별에 대한 준비들을 조금씩 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오기 때문에.

이제 그런 것들을 인지하기 시작한 나이라서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방향을 정하고 받아들일 만큼 생각이 정리되지 못했으니까.

디에나 다이크만(Deanna Dikeman)은 27년에 걸쳐 자신을 배웅해 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처음 사진을 찍을 땐 프로젝트가 될지 몰랐다) 2017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된다.
사진집을 넘기다 보면 2009년이 지날 즈음 아버지의 사진이 없다. 그래서 사진집을 넘기다가 문득 훅 하고 들어오는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8년 동안 내내 혼자 배웅하시는 고운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어머니의 장례를 마친 후 두 분의 모습이 없는 부모님 집의 풍경을 담으며 이 사진집은 마무리된다.

'인생'이란 단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리하지 못한 나이를 지나고 있는 내게 디에나 다이크만의 사진집은 무언가를 말해준다. 그 무언가를 명쾌하게 말하기엔 내가 글 주변이 없다..

마흔을 바라보는 내게 부모님은 하나님이 내게 부탁하신 사람들이 되어 간다.
나는 부모님의 남은 인생에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드리고 싶다.
내 모든 역경 앞에서 부모님이 만드신 가정의 무드가 내게 그러했듯이.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를 읽은 후 나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듯이 오래 바라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언가를 읽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었다.
직관적이면서도 깊게 모든 것이 읽히도록 담겨있었으니까. 우리에게 가족이란 그런 거니까.

일찍 독립한 내겐 부모님의 배웅의 순간들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손 흔들고 '다음에 봬요' 말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2017년 10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삶에서 처음으로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어 주는 이가 없었다.
In October of 2017 she passed away.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no one was waving back at me.

_Deanna Dik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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