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분야인 예술사나 음악이론을 조금 더 단단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갈 계획을 세웠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서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검증할 시간이 필요해서 2년 정도 개인적으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매주 전시회를 가고 음악과 연주자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나에겐 시간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시간과 마음, 비용을 쓰는 것은 모두 투자다. 그렇게 쌓아가는 것이 아까워 개인 채널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2년 정도 쌓아보고 반응을 보며 이것이 나의 밥벌이와 연결될 수 있는지 검증해 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브랜딩 기획자로 밥벌이를 하고 있고, 북튜버로 3년 정도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꾸준히 협찬이나 리뷰 제안이 들어오지만 수익화 과정에선 고민이 많다. 내 취향의 책이라면 비용을 적게 받아도 흔쾌히 수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푼돈 벌자고 채널의 성격을 흐려놓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이 맞지 않을 경우 내가 운영하는 기획 회사의 제안서와 광고 영상 단가표를 제시한다. 그러면 당연히 거절 메일이 오거나 답이 오지 않는다. (거절하더라도 답변은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만 예의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퍼스널 브랜딩 교육 채널을 운영하며 교육을 통해서도 수익 파이프 라인이 생겼다.
나는 직업과 취미의 경계에서 일하고 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기에 계속해서 직업으로 기획을 할 수 있고 취미로 리뷰어도 될 수 있었다. SNS 시대의 경쟁력은 '구독'과 '좋아요', '팔로워 수'이다. '반응'이라는 눈치를 보게 된다.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울 때 '반응'이 높으면 '괜찮았군'이라는 만족감도 크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운데 '반응'이 없으면 '나는 트렌드에 뒤쳐지는 사람인가'하는 의구심이 올라온다. 글을 쓰며 제목을 지을 땐 마음에 덜 들어도 검색어에 노출될 수 있는 키워드를 삽입한다. 특히 외주를 받을 땐 필수이다. 반응이 곧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반응이 있을 글'이 쓸모 있는 글인 것만 같은 불안감이 따라왔다. '반응이 있을 글'만 기획하고 책을 선별할 때도 '나도 궁금하지만 확장성이 있을 책' 우선으로 선별하게 된다.
그런데 오래 글을 쓰며 알았다. '이렇게만 쓰면 지속할 수 없어.' 어느샌가 글 쓰는 게 어려워지고 힘들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반응이 있을 글들을 만들기 위해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은 보상이 크지 않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지만 그 운이 나에게 적중하리라는 과도한 믿음보다는 적당한 근심을 안고 성실하기를 택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야말로 꾸준히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내가 쓴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내며 버텼던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다면, 통장 잔고를 불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편이 좋았을 텐데.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다혜)' p.233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의 저자 이다혜 기자님은 '꾸준히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맞다. 좋아하는 글을 쓴다는 건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 글이 적어도 나에겐 계속 읽고 싶은 글이어야 한다. 그것은 보상이 크지 않고 호응이 없을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가 없는 글은 아니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지금 나의 목표이다. 좋은 글을 쓰자. 나에게 우선 울림이 있는 글을 쓰자. 그리고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기획자인 나는 문학과 예술, 디자인과 음악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나의 꿈은 문학과 예술의 경계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꿈꾼다. 되기 위해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 되지 않더라도 할 만큼 해 본,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겠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반응 없는 글을 용기 내어 계속 쓸 수 있는 기획자가 될 것이다. 글쓰기를 계속 사랑할 수 있는 나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