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깔때기 마지막 날 ㅎㅎ
열여섯 살 고양이를 키우며 늘 마음의 준비를 했다.
잘 보낼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반려 고양이를 잘 키워야지 했었다.
하지만 테오의 질병을 마주하고 실제로 테오가 악성 종양 판정을 받은 날엔 그런 마음의 준비는 다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날 밤 내내 울었다. 막 슬퍼서 작정하고 우는 게 아니라 버튼이 눌러지면 갑자기 울컥울컥 눈물이 났다.
마음의 준비 따위는 다 소용없다.
눈물의 시간이 지나가고 마음이 가라앉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였다.
반려 동물의 늚음과 질병을 지고 살아가는 것.
감당할 수 있다는 각오로 가는 게 아니라 매 순간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아픈 가족이 있는 이들의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고,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조금 더 진지하고 간절하게 기도하게 되었고, 그 슬픔을 다 헤아리는 것처럼 말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되기도 했다.
나는 김동률의 [동행]이라는 곡을 무척 좋아해서 자주, 틈틈이, 때마다 듣곤 한다.
험난한 길을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갈 각오가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곡이었는데 테오가 악성 판정을 받은 다음 날엔 이 노래가 다르게 들렸다.
'네 앞에 놓인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 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너에게 자신 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노랫말을 읊조리며 내 고양이의 질병을 짊어지고 함께 나아갈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짐을 감당한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말의 다른 이름일 거다.
그 사랑에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마음이 짙게 깔려있으며, 매 순간의 결심과 선택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고양이의 질병을 함께 짊어지고 침묵이 부끄러워 부른다는 어느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함께 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며
https://www.youtube.com/watch?v=gWu8or3BPw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