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잘하는 법] 문장력 기르기, 필사책 추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매일 전달력과 아름다운 문장에 대해 고민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좋은 시선
둘째, 탄탄한 구성
셋째, 아름다운 문장
이 세 번째 '아름다운 문장'은 에세이 같은 걸 쓸 때보다 오히려 명쾌함과 전달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단 시간에 사로잡아야 하는프레젠테이션이나 마케팅에서도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아무래도 업이랑 관련되니까..
깔끔하게 잘 하는 기획자들은 많지만 시냇물처럼 술술 읽히는 글에는 리듬감과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바로 이 리듬감과 섬세함이다.
아름다운 문장 만들기
문장은 매일 훈련하면 조금씩 좋아진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명쾌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힘을 주고 멋을 부린 글은 또 티가 나서 불편하다. 되려 매력이 반감된다.
가능한 한 최대한 진솔하게 쓰면서, 평범한 표현들을 나만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바꿔보고자 하는 작은 고민들이 글을 쓸 때 지속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
나는 네 가지 노력을 꾸준히 했다. 이 꾸준히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1. 시, 에세이, 소설 중 한 분야를 매일 읽음
2.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반드시 필사
3. 그 문장에 대한 글을 써서 짧은 사색을 블로그 & 인스타그램에 기록 (해나의 에세이 책과 기록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듦)
4, 3번에 대한 구성
1) 문장 발췌 2)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의도, 핵심 메시지를 짧게 요약 3) 나의 느낌이나 생각을 기록 4)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나의 이야기>로 확장
(나의 이야기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만 2)-4)가 어려울 경우는 1)이라도 매일 지속해 보자.
내가 시, 소설, 에세이를 매일 읽는 이유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수집하기 위해 시, 소설, 에세이 중 한 분야를 매일 밤 읽었다.
사실 이 세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읽은 이유가 더 크긴 하다.
잠시 머물다 날아가 버리는 문장들이 아까워 워드 파일에, 에버노트에 저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문장을 기록하고 에버노트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매일 이런 노력을 반복하며 매일 나의 글쓰기를 하다 보니 3년 차, 5년 차, 8년 차, 13년 차 가 될 때 나의 기획과 내용들이 점점 달라졌고 글이 매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책을 선별하는 안목이 생겼다.
내가 독자로서, 북튜버로서, 기획자로서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책 선택에 대한 안목이다.
교육을 할 때도 내가 읽은 책이 나의 이력이 된다고 늘 책 선택을 강조하게 된다.
사람들은 당신의 독서 리스트를 보고 당신의 독서 소양을 가늠하고 팔로우를 할지 말지 우선 결정할 테니까.
그러니 채널을 운영한다면 내가 쌓아놓은 나의 독서 기록물들이 나의 이력이 된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는 게 좋다.
문장이 아름다운 여섯 권의 책 추천
시와 산책 (한정원) | 시간의 흐름
시간의 흐름 출판사의 <말들의 흐름> 시리즈 네 번재 책이다.
스물일곱 편의 짧은 산문 속에 작가가 느꼈던 다양한 삶의 표정과 사색이 담겨 있다.
모든 문장을 훔쳐 오고 싶을 만큼 깊고 아름다운 책이다.
무엇보다 한정원 작가님의 시선이 너무 좋았다.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 1984 books
지난해부터 프랑스 문학에 입문한 나는 프랑스 문학이 가진 만연체와 아름다운 문장에 푹 빠져 있다.
압도적으로 문장이 아름다운 책을 한 권 만났으니 바로 이 책 작은 파티 드레스이다.
그의 글은 반짝반짝하는 물결 위에 흘러가는 음표 같다.
독서와 글쓰기, 시와 사랑에 대한 크리스티앙 보뱅의 사유를 만나볼 수 있다.
건너오다 (김현우) | 문학동네
EBS 다큐 피디이자 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김현우 피디님이 다큐멘터리 기획과 촬영을 위해, 그리고 여행을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기록한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나는 김현우 피디님의 모든 글을 좋아한다.
피디님의 글을 따라가다가 존 번거의 책을 번역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존 버거를 읽게 되고, 그러다가 존 버거가 나의 인생 작가가 되어 버렸다.
그는 나와 존 버거의 다리가 되어 준 사람이고 그 시작점에 있던 책이 바로 이 책 [건너오다]이다.
무척 성숙하고 철든 문장을 쓰는 산문집이다.
긴 호흡 (메리 올리버) | 마음산책
메리 올리버는 평생을 자연의 한 조각처럼 살아갔던 시인이다.
[완벽한 날들]과 [긴 호흡]은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다.
새벽에 낭독하며 읽을 때 정말 마음이 벅차오르며 행복해진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게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계절이 흘러가고 자연이 변하는 모습을 섬세한 눈으로 포착해서 대체불가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책이다.
메리 올리버의 글은 자연과 삶, 문학에 관한 섬세한 관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종종 세상이 너무 험하고 전쟁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메리 올리버의 글을 읽고 있으면 다른 세상도 있다고, 이렇게 충만하고 아름답고 무소유적인 세상도 있다고 위로를 받는 그런 기분이 든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김소연) | 마음의 숲
마음 사전과 한 글자 사전을 쓰신 김소연 시인님의 에세이이다.
시인님의 강점도 섬세한 시선에 있다.
나에겐 '믿고 보는 김소연'이라서 작가님이 책을 내면 고민하지 않고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구매부터 한다.
그리고 매번 심장을 부여잡고 읽곤 한다. "어흐흑~넘 좋잖아요. ㅠㅠ" 이러면서.
이 나를 뺀 세상의 전부는 산책하듯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작가님의 섬세한 시선과 성숙한 문장으로 멋부리지 않고, 그러나 깊게 한 편 한 편 담아낸다.
읽을수록 마음에 좋은 기운이 차곡차곡 차오른다.
'사려 깊고 고운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 비채
이 책은 서점가에서 여름의 벚꽃 연금이라고 불리는 책이다. (암요 암요~)
나의 여름 준비도 이 책을 펼치면서부터 시작된다.
마쓰이에 마사시는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다가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했다.
이 책은 사람을 향하고 삶을 배려하는 건축을 추구하는 노 건축가 무라이와 그 사람을 경외하며 입사하는 신인 건축가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은 소설이다.
글로 쓴 소설이지만 읽고 있으면 시각, 청각, 촉각, 후각과 같은 모든 감각이 열리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소설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