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코스의 빛을 담은 회화
메리 코스는 1945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출신의 작가이다.
196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녀는 60여 년 동안 '빛'을 주제로 회화를 연구한 작가이다.
변형 캔버스, 조각, 라이트 박스, 유리 마이크로스피어, 아크릴 조각, 점토 등 다양한 재료들을 통해 빛을 표현해왔다.
나는 빛을 주제로 한 이야기와 그림을 수집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이번 전시를 무척 설레며 기다렸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 중반 초기작부터 2021년 최신작까지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작 34점을 출품했다.
총 여섯 개의 전시실에서 그녀의 작업의 변혁기마다 달라진 빛을 담아낸다.
제1 전시실 <흰 벽 시리즈>
제2 전시실 <색채 시리즈, 아치 시리즈>
제4 전시실 <'빛 회화' 라이트 박스 작업>
제5 전시실 <검은빛 시리즈>
제6 전시실 <검은흙 시리즈>
1960-70년대 초기 작품인 흰 벽 시리즈에서는 흰색 안료와 유리 마이크로스피어(표지판과 고속도로 차선에 사용되는 산업재료이다)로 빛을 반사하는 성질을 이용해 빛을 담아낸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이 작품들부터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흰 벽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미묘하게 색깔과 질감이 바뀐다.
거기서부터 이 전시의 다양한 빛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하얀 벽으로 시작된 그녀의 빛에 관한 연구는 빨강, 노랑, 파랑의 색채 연구와 이 삼원색을 흰색과 검정의 테두리 안에 가두며 변주를 시작한다. 관객은 이 과정을 통해 색이 빛으로 만들어지는 작업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원색들은 흰 빛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다.
그리고 조금 더 전시장을 걷다 보면 검은색 아크릴 물감과 유리 마이크로스피어의 혼합 속에 반짝이는 빛을 보게 된다.
나는 여기서부터 마음의 먼지들이 씻겨지는 경험을 했다. 빛과 어두움은 항상 공존한다.
그녀가 만든 빛과 어두움의 세계는 밤하늘의 별빛 같은 아름다운 검은빛을 연출해 낸다.
그리고 그녀가 딛고 선 언덕, 그곳의 암석의 표면을 석고로 본뜨고 다시 점토로 찍어낸 후 가마로 구워 탄생시킨 <검은흙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내가 딛고 선 대지 위에도 따뜻한 빛이 흘러나온다.
대단한 사람. 빛을 이렇게나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사실 이 전시를 본 날은 나의 2021년 최악의 날이었다. 마음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로 전시장을 향했는데 빛을 소재로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
그녀의 60년의 작업 인생이 만든 빛이 내 마음속 먼지를 두드렸다.
'공간이 있는 곳에는 시간이 있다.'
메리 코스는 말했다.
메리 코스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빛은 내내 그녀의 인생을 따라왔다.
5개의 공간에 각각의 그녀의 작업의 변환점이 담겨 있다.
반짝이는 빛과 먼지 같은 어두움과, 침묵과 찰나의 반짝임 속에 저마다의 시간을 담고 우주처럼 방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나의 슬픔을 먼지처럼 털고 돌아왔다.
메리 코스 : 빛을 담은 회화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2021. 11. 02 - 2022. 0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