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의 예술책장
"당신만 괜찮으시다면 파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환희의 인간) p.17
크리스티앙 보뱅은 [환희의 인간]에서 사랑의 빛깔로 파랑을 이야기한다.
파랑은 사랑의 색깔로 충분하다. [루이스 웨인 :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에서도 파랑은 사랑의 빛깔이다. 루이스와 열 살 연상의 여인 에밀리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행복에 젖을 때 19세기 빅토리아풍의 아름다운 배경들은 파랑의 빛깔을 띤다. 아름답고 활기차다.
내내 활기차고 아름답던 이 영화는 아내 에밀리가 사망한 후 아름다운 빛깔을 잃어간다.
다분히 천재적이고 재능 있는 젊은 감독 윌 샤프는 색감, 질감, 카메라의 앵글을 활용하여 주인공 루이스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다.
영화는 고양이 화가로 유명한 루이스 웨인의 전기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루이스는 뛰어난 그림 솜씨로 빠르게 명성을 얻어가지만 사업 감각이 없었던 그는 많은 빚을 지게 되고 저작권을 획득하지 않아 그림을 헐값에 팔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에밀리의 죽음과 여동생의 조현병, 그의 삶은 점점 어려워진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던 망상과 환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가난으로 인해 여러 번 병원을 옮겨 다니다가 당대의 유명 화가가 정신 병원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각계의 유명인들과 대중들의 도움으로 시설이 좋은 병원으로 옮겨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인생이 고단하게 느껴져도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는 걸.
그걸 포착하는 건 당신에게 달린 거야."
아내 에밀리는 죽기 전 그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프리즘을 가진 사람이 되길 당부한다.
그리고 계속 그림을 그려달라고 말한다.
루이스에게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었고, 대중과 연결되는 매개체였기 때문이다. 루이스라는 인물은 엉뚱하고 특이했지만 그의 그림은 대중적으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양이 그림은 세상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는 연결점이었다.
아내는 그가 세상과 계속 연결되고 사랑받길 원했던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의 제목은 "The Electronical of Louis Wain"이다.
루이스는 행복한 순간을 '전기가 파장한다'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그에게 전기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을 거다.
어린 시절부터 시달린 망상과 환청, 언청이였기 때문에 또래로부터 소외된 기억.
그래서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성장하게 된 조금은 슬픈 사연.
사업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맞닥뜨린 생활고와 부채.
사랑하는 아내 에밀리의 죽음과 사무치는 그리움.
여동생의 조현병.
이런 가운데 그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루이스는 빛나는 재능과 함께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화가였다.
그의 친구 윌리엄 편집장은 말한다.
"그 암울한 시기에 이리도 밝은 그림을 어떻게 그리시는지..."
힘들고 무거운 인생을 살아갔지만 루이스의 프리즘 속에서 다채로운 행복의 빛깔로 사랑스러운 고양이 아트가 탄생한다.
영화를 보며 두 인물이 내내 생각이 났다.
평생 유대인으로 박해를 받으며 두 번의 세계 대전을 통과해내면서도 세상을 긍정과 사랑의 시선으로 봤던 샤갈, 평생 학문에 대한 사랑으로 전쟁 같은 삶을 견뎌낸 스토너.
삶이 괴롭기 때문에 그 속에서 더 깊어지고 여물어지며 활짝 피어나는 예술성이 있는 것이다.
루이스와 에밀리가 비 오는 날 산책 중에 만난 아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피터라고 지어주고 데려와 반려 고양이로 함께 한다. 피터의 그림을 그리며 루이스는 캣 아트의 행보가 시작된다. 삶은 괴로워도 루이스의 프리즘 속 고양이들은 사랑스럽고 겁이 많고 용맹하고 활기차다.
이 영화는 베네딕트 컴퍼비치의 연기력이 빛난다. 젊은 루이스의 엉뚱함과 유쾌함부터 백발의 노인이 된 슬픈 루이스까지 너무나 다채롭게 루이스를 표현해낸다. 베네딕트는 단 하나다. 루이스가 대체할 수 없는 화가이듯이, 그 역시 대체할 수 없는 배우이다.
삶은 무거워도 사랑과 행복을 담아낸 화가 루이스 웨인.
"아무리 인생이 고단하게 느껴져도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는 걸.
그걸 포착하는 건 당신에게 달린 거야." 말을 건네며 이 아름다운 파랑의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hTniO7jV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