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전한 독립을 위해 이사를 했다.
이사를 계기로 과거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문제들과 아픔들로부터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 앞에서, 성경 속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해 길을 나선 것처럼, 나는 막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새로운 일과, 새로운 인연들을 기대하며, 어떤 고됨과 고독이 기다릴지 알 수 없는 채로, 새로운 도시로 왔.
그 즈음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젊은 작가 기욤 티오의 그림을 만났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 속에는 광활한 자연이 있다.
그 속에 아주 작게 저마다의 여행을 떠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함께, 그렇게 풍경 속에 스며들어 여행을 한다.
대체로 그림들이 좋았지만 어떤 그림 앞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갈색 암벽들이 둘러싸고 있는 산, 그 아래 노란 평원에 홀로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을 봤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왠지 혼자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났다.
헤세는 말했다.
"인생의 길은 말을 타고 갈 수도, 자동차로 갈 수도, 둘이서나 셋이서 갈 수도 있지만, 맨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걸어야 한다"고_헤르만 헤세 <홀로>
새로운 시작은 두렵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막연하고, 내가 얼마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디뎌야 하고, 부딪혀 돌파해 내야 한다.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편안함과 안주를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여행의 풍경이 나쁘지만은 않을 거란 걸 이제 나는 안다.
지나온 길의 많은 장벽과, 파도가 지나간 후에 반드시 찾아오는 안도와 성장을 나는 거듭 만나왔기 때문이다.
나의 새로운 시작도 그럴 것이다. 기욤티오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나는 이제 그것을 알고 있다.
<참고>
기욤티오 개인전 <SUNDAY>, 아트 사이트 갤러리
헤르만 헤세 <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