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영 시인의 <일기 시대>를 덮으며
글쓰기가 어렵고 지속하기 힘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두 권 있다.
둘 다 문보영 시인의 산문집인데 <준최선의 롱런>과 <일기 시대>이다.
일기 시대는 문보영 시인의 세 번째 산문집인데 창작하는 사람의 치열한 일과를 엿볼 수 있다.
그녀의 치열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그 전제가 '힘을 빼고'이며, 조건은 '망해도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심히만 하면 안 되지. 잘해야지. 성과를 내야지.'가 디폴트인 세상에서 이 얼마나 사려 깊은 제안인가?
그녀의 '치열'한 창작 과정은 고통스럽게 가 아니라 '일기 쓰기'로 출력된다.
매일매일 <내 방에서>,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읽고 쓰는 일과 속에 이루어진다.
그녀는 '<일기>가 집이라면 소설이나 시는 방'이라고 말한다.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것으로 시나 소설을 만드는 것.
'일기라는 집에서 살면 언제든 소설이라는 방으로 시라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책 속에는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내 방 지도>, <도서관 지도> 등이 등장하고 그 속에 화자가 있다.
가성비 좋게 다채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꿈, 과거, 상상, 문학이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기발한 시선과 통통 튀는 발랄한 문체가 그녀의 글을 계속 읽고 싶게 만든다.
매일 루틴을 반복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에겐 도입기보다도 못한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가 있다. 성장이 직선형이 아니라 계단식이기 때문이고 나 역시 분기별로 좌절하며 그 시기를 지나간다.
문보영 시인은 이 구간을 '망함 구간'이라고 표현했다. ㅋㅋㅋ
'어딘가를 넘어가는 과도기는 과도기에 들어서기 전보다 망한 외모'를 가지기 때문이란다.
이건 마치 각질을 제거하려고 각질을 일으켰으나 제거하는 방법을 몰라 처음보다 더 흉물스러운 몰골을 한 것과 같다.
시인은 '이 시기에는 적극적으로 망해서 망함의 시기를 단축시킨다'라고 표현한다.
이 '망함의 신비 구간'은 망함이 종료될 때까지 열렬히 적극적으로 망하고 거기서 새 출발하려는 것.
망함의 신비 구간은 '도약의 전조'인 셈이다.
그녀가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일기를 쓰며 그것으로 시를 짓고, 소설을 창작하는 동안 이 막연했던 구간은 '구체적으로 막연'해진다. 그녀는 이것을 '소중한 발전'이라고 말한다.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글을 쓰는 동안 글을 쓰는 행위는 유지되지만 문체와 시선은 미묘하게 발전해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해 신간을 매번 챙겨 읽는다.
그녀의 독보적인 점은 '발랄하고 기발한 시선'에 있다.
천재적인 면과 고뇌하는 면모를 빛과 그림자처럼 공평하게 탑재하여 '열렬히 적극적으로 망하고 존버 하자'라고 말하는 산문집.
한 개인의 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다니.
글쓰기가 어렵고, 지속하기 힘든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쉬어가는 책이다.